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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yeong Oct 10. 2023

프롤로그- 편지를 열며

매일 쓰는 편지 

8월 말부터 쉴 새 없이 에세이를 써서 브런치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일찍 출근해서 잠깐, 점심시간에 살짝, 잠들기 전에 넌지시 썼어요.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행복했습니다. 쓰는 동안 저는 살아 있다고 느꼈어요. 그제야 알게 됐죠. 나는 무엇이든 써야 하는 사람이구나. 30여 편을 모아 첫 번째 기획 ‘출퇴근길 플레이 리스트’를 마무리한 후 다음으로 어떤 에세이를 연재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이런저런 소재가 떠올랐지만 아무 것이나 고를 수는 없었어요. 우선 일기처럼 매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어야 했고, 그렇다고 반복되는 일상 이야기만 할 수도 없었죠. 카페나 커피 이야기, 영화 이야기를 생각해봤지만 꾸준히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떠올리게 된 것이 편지입니다. 매일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듯 쓴다면 꾸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는 오래전부터 받는 대상이 없어도 편지 쓰는 걸 즐겼거든요. 손편지도 자주 썼어요. 보낼 대상이 없는데도 머릿속으로 상상의 누군가를 설정해 썼죠. 

 

두 번째 에세이 연재에 ‘매일 쓰는 편지’라 이름 붙입니다. 편지를 받는 대상은 매일 다를 수도 있고, 어쩌면 불특정 다수일 수도 있습니다. 받는 것보다 편지를 쓰는 것 자체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에게도 이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편지 내용? 그것 역시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설정한 대상에 따라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겠죠. 제 글을 읽는 사람은 어차피 거의 없습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읽히지 않는다고 쓰는 일을 멈출 수는 없어요. 전 쓰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와 영상을 선호하는 시대에 아직도 저는 이 구닥다리 글자들이 가진 힘을 믿는 구닥다리 인간입니다. 글자와 행간 사이에 감추어진 갖가지 상상력과 이야기들이 좋습니다. 

 

‘출퇴근길 플레이 리스트’에서 그랬듯 매일 조금씩 쓰겠습니다. 아무도 절 사랑하지 않는다면 제가 절 사랑해주면 됩니다. 그 어떤 난관에도 꺾이지 않고 매일 조금씩, 하지만 꾸준하게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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