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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끝에서, 다시 시작

시작 (가호 / 이태원클라쓰 ost)

by 레몬트리

"두근거리던 전야제"

기차모양 연필깎이에 드르륵 힘찬 소리를 내며 새 연필을 깎고, 겨울 동안 또 한 뼘 큰 발 사이즈에 맞춰 실내화를 사서 신주머니에 넣고, 지난 학기말 마지막날 받아 온 새 교과서를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이름까지 써붙이며, 올해 나와 함께 할 선생님은 누구실까,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었을까 기대하면서, 내일 입을 옷까지 머리맡에 두고서야 설렘을 가득 안고 애써 잠을 청했던 기억이 있어요.

바로 3월 개학 전날.


대부분의 분들이 1월 1일이 되면 새해소망을 품고, 새 출발의 기분을 느끼시는데, 저는 늘 3월이 한해의 제대로 된 '시작'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연말연시, 설명절 이래저래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늘 3월이 되어서야 뭔가 제대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느낌요.


달력을 보니, 벌써 2월에 끝이더라고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아침출근길 1층 현관을 나오면서 맞닿는 바람이 더 이상 코 끝을 얼게 하지 않는,

소리 없이 겨울이 떠나고 봄이 오고 있는 그 어딘가 즈음.


집 코앞에 초등학교가 있어요. 제 딸아이도 지금은 중3이 되었지만, 처음 자기 덩치만 한 책가방을 들고 교문에 들어서던 입학식을 거쳐, 아가로 들어갔다가 어엿한 청소년이 되어 나온 그 초등학교 교문사이로 "입학을 축하합니다" 현수막이 미리 걸려있는 게 보였어요.

시작을 기다리던, 전날의 설렘 그리고 드디어 한걸음 내딛은 너의 새로운 시작


"입학을 축하합니다"

아이와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엄마의 응원과 바람을 가득 담은 손편지도 써주었고, 책가방 가격은 너무 사악했지만 첫. 가방이니 아이 마음에 들어야 신이 날 것 같아서 근처 백화점에 가서 손잡고 다니면서 약간의 실랑이?를 하며 샀던 핫핑크 책가방

내가 그랬듯이 내 아이의 책가방에도 반듯반듯 열을맞춰 정갈하게 깎은 연필과 그 옛날의 내 것보다 더 정성스럽게 이것저것 신학기 학용품을 챙겨주며, "이렇게나 잘 자라줘서 엄마가 고마워"라고 했던 그날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금수저 코스프레는 할 수 없는 평범한 엄마지만, 아이에게 마음만은 부자가 되게 해주고 싶어서,

준비했던 입학선물은 "아기새 칭찬 100가지" 리스트였어요.

칭찬할 것 100가지를 써보면 처음엔 100가지가 나와? 하며 막막한데, 쓰다 보면 마지막엔 더 쓸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늘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글로 100가지 칭찬들을 쭉 나열해놓고 나면 새삼 내 아이가 가진 장점들을 보고 엄마인 저도 마음이 벅차오르고요, 추운 날 어묵국물을 마실 때 가슴까지, 마음까지 따뜻해지듯 아이는 낯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엄마가 주는 칭찬과 자신감으로 남들은 장착하지 못한 특별한 비밀무기를 가슴에 넣고 새출발 신호를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입학식날 앞서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아이의 어깨에 책가방이 유독 커보여서,

앞으로 점점 짊어지게될 삶의 무게가 그보다도 더 커지고 무거워질걸 알기에 지금의 마냥 행복한 아이의 뒷모습이 애틋하고, 짠해보였던 건 또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이었겠지요. ^^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우리의 시작은 언제나 설렘과 또 한편에 두려움이 함께 합니다.

새 학기가 늘 그러했고, 첫 직장, 이직, 결혼, 등.. 우리가 맞이하는 "첫" 시작은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차있지만, 낯선 환경과 사람에 대한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곤 하지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패기와 용기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거든요.

하지만, 신은 우리에게 나이가 들수록 패기와 용기가 빠져나간 그 빈 자리에 인내와 끈기를 채워주셨어요.

용기가 없어 불안하지만, 잘 참고 끝까지 해볼 수 있는 필살기를 장착해 주셨단 말이지요.


아이의 시작은 저에게도 학부모로서의 시작이었습니다.

워킹맘으로 싱글맘으로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쫄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내게 장착된 인내와 끈기로 아이보다 더 씩씩한 척 "엄마 봐봐, 걱정할 거 없고, 힘차게 앞으로 가면 되는 거야!"를 시범을 보이며 그렇게 한해한해 달려온 학부모 -벌써 9년 차가 되었네요 ^^


오늘 아침, 출근길 초등학교 앞에 붙은 현수막을 보며.

새로운 세상으로의 준비를 하고 있을 우리 아가들, 엄마들,

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될 취업준비생들까지,,,,

3월이 쏟아내는 봄의 씨앗 같은 모두에게 싹트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그날까지 파이팅의 응원을 담아,

오늘 소개할 곡은 가호의 <시작>입니다.

듣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신나고 힘찬 곡이에요.


무모하리만큼 열정적이고, 실패를 거듭해도 그 모습마저 빛나는 청. 춘.

주인공 새로이처럼, 복수에 가득 찼던 과거를 버리고, 희망과 꿈을 선택해 미래로 성큼 나아가는 멋진 그 발걸음과 심장박동을 여러분도 느끼시길 바라면서,

오늘도, 3월도, 다가오는 봄도, 곧 열릴 당신의 시대도 응원합니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모든 걸 이겨낼 것처럼
시간을 뒤쫓는 시곗바늘처럼 앞질러 가고 싶어 하지
그어 놓은 선을 넘어 저마다 삶을 향해
때론 원망도 하겠지 그 선을 먼저 넘지 말라고
I can fly the sky Never gonna stay
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진
어떤 이유도 어떤 변명도
지금 내겐 용기가 필요해
빛나지 않아도 내 꿈을 응원해 그 마지막을 가질 테니
부러진 것처럼 한 발로 뛰어도 난 나의 길을 갈 테니까
지금 나를 위한 약속 멈추지 않겠다고
또 하나를 앞지르면 곧 너의 뒤를 따라잡겠지
원하는 대로 다 가질 거야 그게 바로 내 꿈일 테니까
변한 건 없어 버티고 버텨
내 꿈은 더 단단해질 테니
다시 시작해


※원곡을 들으시려면

https://youtu.be/hWYM5QEt0Fg?si=dNRvPBN7FyUTxm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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