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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Jan 28. 2024

발대식_합격자들의 행복과 운영자의 노동은 비례한다

퀄리티를 높이려면 준비의 끝이 없네

 모든 면접이 끝나고 1차 합격자 심사를 완료했다. 면접의 점수를 합산한 결과 총 100명의 합격자들이 추려졌다. 면접이 모두 끝났는데, 가장 힘든 것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양 매니저님의 말과 함께 최종 합격 문자 발송과 전화 안내 업무를 맡는다. 최종 합격의 축하 메시지와 함께 발대식 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 문자 발송은 1차 서류 합격 시 연습해 보아서 이제는 약간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최종 합격 문자 전송!

[Web 발신]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000과 멋진 활동을 기대합니다. 운영사무국은 여러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서포터스로써의 공식 첫 번째 활동, 발대식을 공지드리오니 아래 내용을 꼭 하시어 필히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처음에는 "문자만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예전에 문자만 보내고 참여를 기다렸다가 활동자 30명 중 10명이 오지 못했다는 참사를 들은 후 모두 전화를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니 그런데, 본인이 지원했으면 문자나 메일을 잘 확인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다시 반문이 들었다가 이내 꾹 눌러 담았다. 이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고, 나는 그 사람들을 친절히 안내하고 모집해야 하는 운영국 매니저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약 100명에게 통화를 걸어 모두 참석 확인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 약 20명.. 포기를 하지 않고, 운영국 전화번호로 끈질긴 전화 끝에 모두 참석여부 확인을 받는다.


전화를 하다 보니 활동자들에게 합격 전화를 하는 사람을 그 활동의 매니저라고 인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퉁명스럽게 얘기를 하거나, 무조건적인 요청을 하는 지원자가 있을 때 "괜히 뽑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대면으로 만나면서 함께 활동을 할 사람일 터인데, 처음 합격 전화를 받을 때는 그저 "안내해 주는 사람"정도로 취급한다면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관계가 안 좋게 싹틀 수 있다.


"그때 수업인데 혹시 꼭 참여해야 하나요??"

이 질문이 올 것을 대비하여 미리 모집 공고에 발대식 불참 시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을 기재해 두었다. 그렇게 안내를 했지만 지원자는 굴하지 않는다. 꼭 필참해야 하는 수업이라고 온라인으로 참여하면 안 되냐는 요청을 한다. 둘 다 필참인데 어쩌겠는가? 본인이 생각하는 중요도에 따라 한 개를 포기하면 된다. 이런저런 지원자들과 이리저리 실랑이를 하다가 모든 전화 안내를 끝냈다. 전화 안내만 하는데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제는 발대식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간!!


 처음으로 이 기업을 만나는 발대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이동 계획부터 웰컴키트 제작, 그리고 프로그램 안내, 사회자 섭외까지 모든 일들을 준비한다. 전반적인 준비와 함께 사회자와 최종 발대식 스크립트를 보내던 중이었다. "매니저님 죄송합니다.. 제가 그때 정말 중요한 다른 일정과 겹쳐서 참여가 힘들 것 같습니다." 아뿔싸.. 행사 2주 전에 사회자가 펑크를 낸다고,,? 하지만 행사 계약서는 아직 날인본이 오지 않은 상황.  큰일이다. 나는 당장 다른 아나운서들의 리스트를 알아보고 섭외를 하던 중, 홍 팀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네가 해볼래?

"나더러 발대식 사회자를 하라고? 나는 전문 아나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도 아닌 그저 일반 사람인뿐인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후에는 "그래..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럼 준비할게요."라는 말을 내뱉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갑작스레 행사의 기획자이자 연출자. 그리고 사회자의 역할을 맡아버린 것이다.


사회자는 없고, 합격자들은 기대하고 있고.. 많은 부담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을 때쯤, 부담감으로 짓눌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나의 본능이 자각하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지?"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처리해야 할 나의 일들은 내 바탕화면 폴더도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꺼풀은 마감시간 5분 전 아르바이트생처럼 조급하게 눈꺼풀을 닫으려 조속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에 야근하기를 4일.. 기념품 준비, 차량 섭외, 브릿지 PPT, 프로그램, 축사 프롬프트, 이름표, 미션 안내, 현장 다과, 활동복, 미션 장표까지 모든 게 완료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을 잘 실행하는 것! 야근을 끝내고 침대에 눕는 그 순간까지 내 머릿속에는 발대식의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다.


"자 이제부터 발대식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운영국의...ㅇ...."

그때 시간은 새벽 3시였다.


위 글은 과거에 대외활동을 운영하며 실제 겪었던 일을 토대로 변형, 각색한 내용으로 실제 인물 및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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