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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Jan 14. 2024

면접 전형_면접관도 면접이 긴장된다.

면접장에서 느끼는 동상이몽

이제 곧 면접이 시작된다. 양 매니저님은 현란한 엑셀 스킬의 보유자. 지원서 데이터를 보고 몇 분 키보드와 투닥대더니 지원자별 면접 평가표를 공유해 주셨다. 내가 했다면 몇십 분은 족히 걸렸을 것 같은데,. "나도 이런 일잘러가 되어야지, "라고 다짐하지만 일단은 "시킨 것을 잘 하자"로 마음을 이내 바꾼다.


내가 면접자였을 땐 그저 문자를 받고 면접장에 갔던 경험뿐이었는데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전체적으로 서류 합격자에게 문자 연락, 전화 연락 후 면접장을 세팅하는 일이 면접을 시작하기 전의 일이었다. 우선 서류합격자를 추리고, 서류합격 문자를 발송하고, 면접 참여가 가능한 지 전화로 확인하는 일이 필요했다. 서류검토 후 1차 서류합격자를 추려내서 몇 번이고 맞는지 다시 체크했다. 이제 1차 합격자에게 문자를 보낼 시간이다. 1차 안내 문구를 적는다. 적당히 친절하고, 약간은 근엄한 톤으로.


안녕하세요. 000 서포터즈 서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2차 면접전형에 대해 안내드리오니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어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면접 일정 및 안내를 지원하실 때 기재하신 이메일로 전달드렸으니 해당 내용 확인하시어, 면접 참여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메일을 받지 못하였을 시, 스팸 메일함을 확인해 주세요.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이제 전송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아차! 오탈자와 맞춤법 체크를 돌린다. 몇 건의 맞춤법을 모두 수정 후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갑자기 뉴스에서 본 어떤 사건이 내 머리를 스쳤다. 기업에서 서류 탈락자에게 합격 문자를 보내 면접자를 우롱한다며 취준생이 울먹거리던 사건이었다. "합격자 체크 제대로 했나?". 다시 한번 합격자 함수와 점수를 대조한다. 좋지 않은 사건으로 뉴스에 데뷔힐 수 없다는 생각에 심장 박동수가 올라간다. 차고 있던 갤럭시 워치에서 알람이 울린다. "평상시보다 심박수가 높아요!  운동 체크 버튼을 눌러 운동을 기록하세요." 눈치 챙겨라 갤럭시야. 드디어 전송 버튼을 누른다.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힘들게 전송을 완료했다. 이제부터는 따듯한 차를 한잔 사고 목을 풀어야 한다. 이제 면접을 보는 1차 서류합격자 100명 정도의 합격자들에게 전화를 돌려야 하기 때문. 내 자리에 있던 전화기를 챙겨 사무실 폰 룸으로 들어간다. 친절한 안내자로 빙의한 후 수화기를 들 전화를 한다.


"안녕하세요, 000 운영국입니다. 혹시 합격 문자 받으셨나요?" 이때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정말 감사하다며 연신 감사를 외치는 A 합격자, 3번의 전화에도 연락이 안 되는 B 지원자, 심드렁하게 받으며 툭툭 던지듯 정보를 캐묻는 C 지원자 등등, 느낌이 싸한 지원자는 별도 비고란에 표시해 둔다. 면접 전 과정에서 이런 참고자료는 최종 합격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A 지원자, B 지원자가 둘 다 비슷하게 잘하고, 비슷한 포지션의 활동자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 비고란에 "전화를 받을 때 예의가 없었음"이 B 지원자에게 적혀 있다면 A지원자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몇 개월 동안 함께할 활동자를 뽑는 사람들이기에. 이런 비교자료가 하나라도 더 있는 것이 소중하다.


이제는 면접이 시작되었다. 내가 면접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댄다. 혹시나 내가 잘못 말하면 우리 기업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이 끼치는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 또는 내가 면접 보았던 상황들이 떠오르면서 나의 심박수가 트램펄린을 뛰듯 높이 치솟아 올랐다가 다시 잠잠해졌다가를 반복한다. 면접 대기를 하는 지원자들도 저마다의 모습들이 있다.


주도해서 면접 조 구호를 정하는 지원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지원자 등, 다양한 모습과 강점들이 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모습과 역량은 다들 다르지만 대학생들의 눈빛과 손발짓에서는 당사자들만 아는 열정서려있다.


어느 지원자가 면접에 들어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불안한 사람입니다. 저는 3학년 전과생입니다. 그래서 뒤쳐질까 불안했습니다. 불안해서 마케팅 공모전에 7회 이상 참여했고, 3회 수상했습니다. 불안해서 마케팅 동호회를 만들었고, 지금은 동호회원들이 20명 이상인 동호회장이 되었습니다. 이 대외활동도 불안에 의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은 제가 만족할 수 있을 성과일 것입니다.
[면접 Tip]
- 자기소개를 할 때 인상적인 자신만의 에피소드와 타이틀을 연결해보자.
- 주장을 할 때는 내가 가진 데이터를 가지고 논거를 만들자.

불안한 사람이라는 키워드와 에피소드가 뇌리에 박혔다. 지원자만의 추진력과 건강한 행동력이 느껴졌다. 이 지원자를 뒤로하고 다양한 학생들이 자기소개를 했지만 MBTI 이야기를 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할 뿐인 사람도 있었다. 나도 본받을만한 지원자들의 소개를 들으며 표면적으로는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책상 아래 움켜쥔 손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위 글은 과거에 대외활동을 운영하며 실제 겪었던 일을 토대로 변형, 각색한 내용으로 실제 인물 및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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