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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스토리 Nov 01. 2020

거기 가면 죽는대...

남미 여행의 시작

정들었던 밍둥부부와 헤어지고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 공항에서 정들었던 밍둥부부와 헤어지기 싫어 눈물을 흘렸지만 그 속에는 사실 남미에 가기 싫어서 울었던 감정도 있다.


미지의 땅 남아메리카 대륙. 나는 그곳이 낯설어 그 대륙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다.

아이슬란드 여정을 끝내자마자 우린 멕시코의 고산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인 산크리스토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남미는 대부분 스페인어를 쓴다고 했다. 먼저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인 산크리스토발에서 한 달 살기를 한 것은 남미 여행에 있어서 남편이 가장 잘 한 일인 것 같다. 


멕시코-산크리스토발


나는 멕시 티 전철에서 원주민으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만약 내가 남미에 도착하자마자 멕시티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면 또 울면서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을 것이다. 아니면 매사에 겁이나 모든 사람들을 기피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 불행한 사건은 멕시코를 여행을 마칠 때 겪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안 좋은 기억도 있지만 좋은 기억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남편이 콜롬비아를 간다고 했을 때도 나는 펑펑 울었다. 못 간다고, 거기에 가면 죽는다고 말이다.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총기사건의 기사와 치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보았다. 우린 콜롬비아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여행하기 위해 주로 우버를 이용했고 콜롬비아 메데진에서 약 3주 동안의 시간을 보냈을 때는 보통 7시 전으로 귀가해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름 안전하게 여행해서 일까. 가면 총 맞아 죽는다고 가기 싫다고 했던 콜롬비아가 희한하게도 나에게 남미 여행의 최애 국가로 뽑힌다. 


에콰도르에서는 오물 테러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실제로 우리가 당했다. 하지만 우린 보안에 특히 신경을 써 늘 가방을 앞으로 하고 다녔으며 자물쇠까지 채우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오물 테러는 당했지만 다행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다. 



페루 리마에서 쿠스코로 넘어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버스가 있는데 여행자를 타깃으로 한 무장강도들이 버스기사와 짜고 출몰한다고 했다. 그런 정보를 알고 어떻게 버스를 탈 수 있겠는가. 물론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버스 루트를 선택 하지만 나는 가진 때를 다 써 비행기로 안전하게 쿠스코에 도착했다.


남미의 자연은 지금까지 본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남미는 정말 남미만의 매력이 있다. 가면 죽는다고 겁에 질려 공항에서 눈물을 흘리며 남미에 끌려왔던 내가 남미의 자연에 빠지다니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 잔뜩이다. 그 위험하단 남미를 우린 무탈히 여행했다. 겁이 많아 위험한 곳은 피해 가고 일찍 귀가하고 아! 한국인 답지 않게 빈티 나는 외관도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 기여 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남미가 생각만큼 위험한 곳은 아니었다. 물론 어떻게 여행하냐에 따라 달렸지만 안전하게 여행한다면 분명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곳임에 분명하다. 나는 한국에서도 해보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부터 먹고 많은 일들을 포기했었다. '나는 안돼. 못해', '그건 힘들 거야', '이건 어렵겠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게 만드는 말들. 이미 살면서 이런 핑계로 많은 것을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고 게으르게 살아왔다. 이젠 '내 나이엔 늦었지'라는 변명거리까지 생겼다. 하지만 그 두려웠던 남미 여행을 마친 지금 죽는다고 울어댔던 것도 해낸 내가 겁먹지 않고 도전한다면 못할게 무엇이 있으리. 아마 내가 못한다고 포기했던 일들 몇 가지 중 적어도 한 가지는 포기하지 않았다면 해냈을 일이 있을 것이다. 


남미 여행을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이 왜 그토록 남미 여행을 다녀왔는지, 꿈꾸는지 하나는 분명하게 알 것 같다.

내가 느끼고 온 그것. 바로 '단단함'.

잊을 수 없는 곳, 힘들었던 곳, 납득되지 않는 일에 당해야만 했던 곳, 상식 밖의 나라. 그곳에서 얻어 온 경험으로 나는 분명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미 '남미'라는  예방주사를 접종하고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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