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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이 Oct 25. 2019

강아지 옷, 이럴 줄 몰랐지!

여름옷, 기능성 옷, 비옷, 뭐가 이렇게 많아!

강아지 옷, 필요해?
강아지는 털이 있는데 굳이 옷을 입혀야 해?

    굳이 옷이 필요했다. 비 오는 날 산책을 나갔다가 덜덜 떠는 마루를 안고 들어오면서 마루도 비옷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여름에는 물에 적신 옷을 입히면 확실히 활동성이 달라지며 덜 더워했다. 물에 적시면 물이 마르며 주변의 열기를 증발시키는 기능성 옷 덕분이었다. 겨울에 산책을 나가면 사시나무 떨듯 떠는 마루에게 입힐 점퍼나 방한을 위한 옷도 필요했다. 털이 많이 빠지는 견종은 옷을 입히면 집안에 날아다니는 털이 좀 덜하다고 한다. 견종에 따라 강아지들의 피부도 자외선에 영향을 받는다. 한여름 진드기가 극성일 때 자외선과 진드기를 동시에 막아주는 기능성 옷도 있다.

비 올 때는 비옷이 필요하다.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줄, 겨울에는 체온을 유지해줄 기능성 옷이 필요하다.
자외선과 진드기를 막아주는 기능성 옷. 조직이 촘촘하여 진드기가 붙을 수 없게 돼 있으며 UV 차단이 되는 천이라는 설명이 있다.
털이 많이 빠지는 견종은 전신을 감싸는 옷을 입혀 놓으면 아무래도 털이 덜 날린다.

    처음 마루를 데려올 때 옷을 살 생각은 없었다. 그런 내 생각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겨울인데 옷을 입혀야 되지 않겠냐며 걱정을 했고 마침 용품을 주문할 때 배송비를 아끼려면 몇 천 원 상당의 물건이 필요해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샀다. 천오백 원, 이라는 상당히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빨간 토끼 귀 모자가 달린 옷과 그보다 몇 천 원 더 비싼 공룡 옷 중 금방 커서 못 입을 텐데, 라는 생각에 토끼 귀 모자가 달린 옷을 주문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래서 강아지 옷은 보기에 귀여우라고 입히는 건 줄 알았다.

마루는 11월에 태어나 1월에 와서인지 따뜻한 곳을 자꾸 파고들었다.
 옷이 처음인 강아지들은 몸에 뭐가 닿거나 걸쳐지는 것에 몹시 민감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옷을 등에 걸치고 간식을 주는 등의 훈련을 통해 서서히 옷을 입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가르쳐 주세요. 발을 넣고 빼는 걸 싫어할 때 억지로 하면 나중에도 옷을 입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안하게 안은 상태에서 옷을 발에 대고 간식을 주는 등의 훈련을 통해 옷과 친해지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1월에 데려오면서 조금 걱정돼 가장 귀여운 옷을 사놨는데 마루가 눈으로 욕을 했다. 그래서 모자는 잘라주고 입혔다.

    마루는 처음부터 옷에 거부감이 없었다. 다만 머리와 꼬리를 건드리면 움직이려 들질 않아서 모자를 잘라줬다. 그렇게 처음으로 옷을 입혔더니 생각보다 훨씬 귀여웠고 1월의 추위가 조금은 덜 걱정이 됐다. 막상 옷을 입히고 보니 털이 있어도 추운 날씨엔 입혀야 할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비싸 봐야 몇 천 원이겠지, 하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에. 무슨 종류가 이렇게 많고 비싸?

    본격적인 검색을 하자마자 몹시 놀랐다. 빨간 토끼 귀가 달린 옷처럼 귀엽게 입히는 옷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비싼 옷은 사람 정장만큼 비쌌다. 분명 2kg도 안 되는(3개월 무렵) 강아지를 위한 옷은 거짓말 조금 보태 손바닥만 했는데, 정장보다 더 비싸다니. 우선 가격 기준을 먼저 정하고 다음으로 어떤 종류의 옷을 살 지 고민해야 했다. 입을 딱 벌린 채 ‘세상에, 이렇게 비싸?’, ‘세상에, 이건 무슨 옷이야?’를 연발하며 옷을 고르다 강아지 다리를 만지지 않은 채 입힐 수 있는 겨울옷을 발견했다. 그 옷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뭔가 사람 옷을 흉내 낸 게 아닌, 본격적인 강아지를 위한 옷 같았기 때문이다.

이거다!

    분명 마루를 데려올 때까지만 해도 옷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홀린 듯 겨울옷을 색상별로 결제하다니. 마루는 그렇게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에게 불어닥친 허리케인처럼 내 인생을 송두리째 강아지와 함께하는 세상으로 몰고 갔다.

등에 걸친 후 목과 배에 있는 벨크로를 붙여주기만 하면 되는 옷.

    새로 주문한 겨울옷은 입히고 벗기기가 몹시 간단했다. 그저 옷을 들어 등에 걸친 후 목을 둘러 벨크로를 붙이고 허리를 둘러 붙이면 끝이었다. 안감도 도톰해서 옷을 입혔다 벗길 때 마루 등이 따뜻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옷을 입히고 나간 게 다행이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마루가 뛰어든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분명 옷을 입지 않았다면 털이 젖어 마르는 데 한참 걸렸을 것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3월의 일이었다. 늘 가던 저수지를 산책하는데 그날따라 물닭들이 나무 데크 가까이 떠다니고 있었다. 물닭과 마루를 함께 찍으면 예쁠 것 같아 핸드폰 카메라를 켰는데 '풍덩' 소리가 났다. 핸드폰을 팽개치고 허겁지겁 리드줄로 마루를 끌어올렸다. 그 잠깐 사이 허우적거리던 다리는 온통 젖었지만 옷을 입힌 몸통은 무사해 수건으로 다리만 닦아줬고 털은 금세 말라 마루는 다행히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그 날. 옷을 입히지 않았다면 당황해서 허둥지둥했겠지만 몸통이 젖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한결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었다.

강아지에겐 털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를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견종마다 옷의 필요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건 보호자의 판단입니다. 제가 주목한 건 강아지 옷의 기능성이었습니다. 필요한 상황에 따라 여러 조건을 설정하여 옷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건 아직 우리나라보다 해외 브랜드 의류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옷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려견 문화와 그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다름을, 여러 용품이며 필요한 의류를 고를 때 많이 느끼게 됩니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시간은 흘러 여름이 되었다. 털을 짧게 밀면 더워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했던 2018년의 여름. 늦가을에 태어난 마루는 헥헥대며 밤새 잠을 못 자고 더워했다. 에어컨을 켜고 자면 냉방병에 걸리는 반려 사람 때문에 선풍기에 의존해야만 했던 여름밤. 마루의 헐떡이는 숨소리에 같이 잠을 못 이루다 여름용 옷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스타그램을 하는 분들 덕분이었다. 물에 적셔 입혀 놓으면 옷의 물이 마르며 주변의 열을 앗아가 조금이나마 냉각 효과가 있는 옷이라고 했다. 당장 주문해서 마루가 더워할 때마다 옷을 적셔 입혔다. 거짓말처럼 30분 정도 지나면 마루는 대리석 판에 털썩 누워 고른 숨을 쉬며 잠들었다.

대리석판에 누워 더위를 식히는 마루에게 물에 적셔 입히는 옷을 입혔더니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더워할 때마다 등에 물을 뿌려 적셔주면 힘을 내어 다시 노는 마루.
목둘레에 아이스 팩을 넣을 수 있으며 기능적으로 적셨을 때 열 발산이 더 잘 되는 옷도 있었다. 머리를 덮어주면 머리쪽 열도 식힐 수 있는 스누드도 부착된 옷.

    그 효과에 놀라 다른 옷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여러 형태의 여름용 옷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이란. 인스타그램에서 나보다 먼저 슈나우저를 키우고 있던 많은 분들은 오즈의 나라에서 황금 벽돌 길처럼 나를 인도해 주었다.


비가 오면 맞으면서 산책하는 거 아니었어?

    여름이 되자 더위뿐 아니라 자주 오는 비도 문제였다.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시무룩하게 현관 앞에 누워만 있는 마루의 묵언 시위에 결국 산책을 나가면 얼마 못 가 비에 젖은 마루가 사시나무 떨듯 떨어 곧 집에 들어와야 했다. 한숨을 쉬며 비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비옷을 입혔는데 비가 많이 온 날 벗겨보니 몸통이 다 젖어 있었다. 대체로 지퍼 부분을 통해 비가 새므로 비옷은 지퍼 부분의 방수 후기를 잘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기본적인 비옷의 형태에 귀여운 디자인이 더해져 비 오는 날 산책이 기다려지는 비옷도 있다. 지퍼로 된 비옷보다 방수성은 훨씬 좋다. 그리고 몹시 귀엽다.
물 속을 뛰어놀 땐 방수성이 약하지만 체온을 보존해 줄 수 있는 올인원 형태의 옷도 있다. 추운 날 비가 온다면 눈 오는 날을 위해 출시된 옷을 입히는 것도 좋다.
저렴하지만 다리를 덮는 디자인과 방수성 좋은 비옷도 있어 선택의 폭은 매우 넓다.

    여러 형태의 비옷이 있었다. 비옷을 고르기 위한 공부가 시작됐고 마루에게 맞는 사이즈며 상황에 따라 고심 끝에 비옷을 주문했다. 그렇게 처음 산 비옷은 비가 많이 온 날 지퍼 틈으로 비가 새 비옷으로 부를 수 없게 됐다. 한 번의 실패를 바탕으로 황금 벽돌길이 얼마나 편한 길이었나 새삼 느끼며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 다른 비옷들을 구매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대개 후기를 찾아보거나 상품 설명을 보면 그 의미를 대충 알 수 있지만 강아지를 위한 옷들은 함께 사계절을 보내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후기 또한 털의 유무에 따라, 강아지의 성격에 따라 누군가에게 장점이었던 부분이 마루에게 단점이 될 수 있어 경험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니 맞는 옷을 찾을 때까지 선배들이 깔아 놓은 황금 벽돌 길을 가되 필요로 하는 조건에 맞는 건 어떤 제품인지 나만의 기준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강아지가 추위를 탄다고?

    영원할 것 같던 여름이 드디어 끝나고 마침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워낙 더위를 타던 마루여서 겨울은 문제없을 줄 알았다. 마침 털도 알맞게 길어 더욱 안심을, 아니 방심을 하고 있었다. 강아지들마다 다르겠지만 마루는 더위뿐만 아니라 추위도 몹시 타는 강아지였다. 세상에.

털이 있는데 추워한다고?

    믿을 수 없었지만 추운 날 마루를 차에 태우면 진동이 느껴질 만큼 떨고 있는 마루를 볼 수 있었다. 맙소사. 난 왜 강아지들은 추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추워서 겹겹이 껴 입었으면서 털 조금 길었다고 추워하지 않을 줄 알다니. 마루가 썰매를 끌던 개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체온을 유지하는 내복과 같은 기능의 옷과 점퍼 형태의 겨울옷이 있다.
방수가 돼 눈밭에서 구를 수 있는 옷과 가을에 입히기 좋은 모자티도 있다.

    여름옷의 교훈을 잊지 않고 황금 벽돌 길을 따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내복 같은 옷과 점퍼를 구매했다. 가볍게 입히기 위한 모자티도 몇 벌 주문했다. 그리고 옷을 입히면 확실히 마루는 활동성이 달랐다. 이제 강아지에게 옷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감기에 걸릴까 봐, 추울까 봐, 더울까 봐, 소위 '까 봐' 병 아니에요?

라며 누군가 옷을 입은 마루에게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요. 마루는 필요해서 옷을 입고 있는 거예요.

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소심해서 실제로는 우물우물하겠지만. 

    모든 강아지들에게 옷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마루와 같은 강아지들에게 옷은 필요하다. 털이 많이 빠지는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람에게도 옷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입는 옷처럼 패션을 위해 입힐 수도, 특정한 기능이 필요해서 입힐 수도 있다. 강아지 옷, 이럴 줄 몰랐다. 다양한 기능으로 강아지 체온 조절을 도와주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산책을 가능하게 해 주며 진드기나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주기까지. 옷 하나로 강아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보니 마루가 오면서 확실히 어느 허리케인에 휩쓸린 게 분명하다. 그 허리케인은 다행히 나의 세상을 확장해 마루와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강아지를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용품들을 알려주며 이렇게 함께하는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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