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조의2(특정후견의 심판) 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특정후견의 심판을 한다.
②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다.
③ 특정후견의 심판을 하는 경우에는 특정후견의 기간 또는 사무의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
법을 처음 읽어 보시는 분들이면 갑자기 눈을 크게 뜨실 겁니다. 제14조'의2'는 뭔가요? 이는 법률 제14조에 붙어 있는 조문이라는 뜻으로, 가지조문이라고 부릅니다. 법률을 제정해서 쓰다 보면, 법률을 개정할 일들도 많이 생깁니다. 세상에 완벽한 법이 없으니, 계속 고쳐 써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제14조와 제15조 사이에 조문을 하나 더 만들고 싶다고 합시다. 그런데 제15조를 제16조로 만들고 그 사이에 새로운 제15조를 밀어 넣으면, 문제는 그 뒤부터는 모든 조문들이 번호가 1개씩 쭉 밀린다는 겁니다.
그러면 다른 법률에서 민법의 조문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그 숫자를 모두 바꿔 주어야 하고(예 : "제15조제1항에 따른 사업자의 신청은 다음 각 호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는 조문이 있으면, 여기서 제15조제1항이라는 말을 제16조제1항으로 바꿔 써주어야 합니다), 민법 안에서도 예를 들어 '제15조'라고 쓴 단어는 모두 '제16조'라고 바꾸어 주어야 하는 등 굉장히 비경제적인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자칫 재수가 없으면, 몇 백개를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14조의2' 같은 표현을 써서 뒤의 조문 숫자를 바꾸어 주지 않도록 수를 쓴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의2' 나 '~의3' 같은 조문이 눈에 띄면, "아, 중간에 개정이 된 법률이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종의 수리 흔적 같은 것입니다.
이제 제14조의2를 자세히 읽어 보세요. 피특정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과는 다르게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 '특정한' 사무 외에는 능력을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피특정후견인은 능력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특정후견인 역시 앞서 살펴본 후견인들과 다르게 굳이 '취소권'이나 '동의권'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피특정후견인 등 여러 가지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런 설명만으로는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피특정후견인 간의 차이가 뭔지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노인 A씨는 중증 치매로 인하여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운 상태라고 합시다. 이런 경우가 성년후견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피성년후견인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이라고 했으니까요. A씨에게는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이 있고, 누군가가 재산을 관리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성년후견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반면 노인 B씨는 치매이기는 하나 중증 치매는 아니고, 산책을 하거나 간단한 물건을 사는 등의 일상생활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분입니다. 그러나 B씨 역시 은행에 찾아가 적금 계좌나 예금 계좌를 관리하거나 부동산 계약을 맺는 등의 복잡한 사무는 처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성년후견인보다는 한정후견인을 두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노인 C씨는 역시 치매 판정을 받았으나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고, 효자인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효자인 아들이 큰 부상을 입어 1년 정도 C씨를 돌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C씨는 평소에는 후원이 크게 필요 없으나 일시적으로 후견인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특정후견인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적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신적 제약이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간단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특정후견인제도의 도움을 받아야지 성년후견인제도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받는 제도를 골라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겠지요.
다만, 여기서 노인 C씨는 일시적인 후원이 필요하신 분으로서 예시로 들었습니다만, 제14조의2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경우도 언급하고 있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D씨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분이지만, 국가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로부터 돈을 받기 위한 서류 작성이나 제출, 계좌 관리 등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시다. 이런 D씨에게는 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무에 관하여만 누군가의 도움이 있으면 그만일 것입니다.
피특정후견인은 앞서 공부한 후견인들보다 가장 경미한 정신적 제약의 경우에 해당되고, 따라서 행위능력에 제한이 있었던 앞선 후견인(피성년후견인 : 원칙상 취소 가능한 법률행위, 피한정후견인 :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률행위)과 달리 행위능력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특정후견인은 후견인이 대리권을 갖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특정후견의 경우, 본인이 원치 않으면 특정후견인의 도움을 받으라고 강제로 시킬 수도 없습니다.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제14조의2제2항). 성년후견개시나 한정후견개시 심판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되어 있는데(제9조제2항, 제12조제2항)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겁니다. "행위능력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그런데 왜 <제한>능력자입니까?"
제가 언제 제한능력자라고 했나요? 피특정후견인은 제한능력자가 아닙니다. 피특정후견인이 제한능력자라는 말이 민법 어디라도 있나요? 없습니다.
우리의 후견인제도에서 대표적인 3가지가 성년후견제도, 한정후견제도, 특정후견제도인데 여기서 앞의 2개는 제한능력자를 다루지만, 특정후견제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 앞의 제도 2개는 각각 피성년후견인이 한 법률행위의 취소, 피한정후견인이 한 법률행위의 동의에 대하여 규정함으로써 이들의 행위능력이 제한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피특정후견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없습니다. 법률에서 별 말도 없는데 피특정후견인의 행위능력을 맘대로 제한해 버린다면, 당사자의 의사는 무시되어 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요? 헷갈리시겠지만 이렇게 기억해 주세요. 특정후견인제도는 후견인제도의 일부분이지만, 제한능력자제도의 일부는 아니라고요.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피특정후견인 역시 해석상 제한능력자에 해당한다는 학계의 견해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대체로 다수의 견해로 여겨지는 의견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렇게 헷갈리는 이유는 사실 제14조의2, 피특정후견인에 대한 내용이 제한능력자에 대해서 열심히 서술하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민법을 읽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에 대해서 읽으면서 "아, 나는 제한능력자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피특정후견인이 중간에 나오니까 그것도 제한능력자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민법 제14조의2가 그 중간에 들어간 것이 입법상의 실수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현소혜, 2013).
지금까지 공부한 성년후견제도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표를 첨부하겠습니다.
이 표에서 피한정후견인이 '원칙적 행위능력자'로 되어 있어 많이 헷갈리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피한정후견인은 제한능력자라며? 근데 원칙적 행위능력자는 또 뭐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 표의 내용은 맞습니다. 피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을 갖되, 다만 가정법원의 동의유보심판 또는 대리권수여심판을 받아 예외적으로 자신의 행위능력을 제한받을 수 있는 “제한능력자”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피한정후견인을 ‘예외적 제한능력자’라고 불러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현소혜, 2013; 35면).
오늘은 피특정후견인 제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지금까지 공부한 제도 들 간의 관계, 심판 간의 관계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현소혜, "제한적 행위능력 제도와 거래의 안전 - 성년후견제도를 중심으로", 서강법률논총 제2권 제2호(통권 제4호), 2013.8., 40면.
대한민국법원 전자민원센터, https://help.scourt.go.kr/nm/min_3/min_3_12/index.html, 2019. 7. 4.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