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을 당한 후, 사립대학에 들어간 나와 이제 일 년 후 대학에 들아갈 동생, 그리고 100만 원으로 살 수 없다고 말한 엄마를 위해 아빠는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아빠가 자신 있는 방식으로.
그건 바로 '선물투자'였다.
당시엔 지금처럼 증권회사 앱도 없고, 정보도 풍성하지 않지만, 아빠는 은행에서 몇 년간 증권계 업무를 맡아하면서 큰 수익을 봤던 것을 토대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IMF시기는 주식시장도, 선물시장도 정상이 아니었다. 아무런 규칙 없이 미쳐 날뛰는 선물지수를 아빠는 평소의 성실함과 끈기로 매일 아침 엄마가 싸주시는 도시락을 들고 PC방에 출근하여 하루종일 연구했다. 그래프의 원칙을 알아내어 투자하면 최소한 월급정도의 수입을 벌 수 있다는 희망찬 마음을 가지고.
아빠는 저녁에 돌아오시면 하루종일 그래프를 보며 연구해 만든 아빠만의 규칙을 다시 복습하며 복기의 시간을 가졌다. 나와 엄마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함께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익을 10만 원 봤다고 좋아하는 날보다 2~3배 손실을 보는 날이 더 많았고, 그런 날 아빠의 표정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질 정도로 수심이 가득했다. 나와 엄마는 서서히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엄마는 용기를 내어 아빠를 말려도 보았지만, 그사이 선물투자로 이익과 손실을 반복해서 경험한 아빠는 이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며 화를 내셨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선물투자의 늪으로 함께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