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평소처럼 비슷한 대화를 엄마와 나누고 있는데 엄마가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빠가 다니시는 00은행에서 지금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고, 자원해서 명예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조금 더 준다고, 그런데 엄마는 그냥 아빠가 다니면 좋겠다고~ 이런 일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나도 엄마와 깉은 마음이었다. 그냥 희망퇴직신청서 안 쓰고 버티며 다니시다 보면 없던 일처럼 지나가지 않을까?라는 마음.
그렇게 아빠는 희망퇴직 신청을 하지 않고 계속 출근하셨고, 결국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셨다. 아빠 나이 48세. 지금 내 나이와 거의 비슷한 때 아빠는 20년 정도 일하신 00은행에 더 이상 출근을 할 수 없게 되셨다. 퇴직금으로 3억 정도 받으셨던 것 같다.
3억X0.1=30,000,000원
매달 250만 원
10퍼센트 이율로만 계산해도 매달 250만 원이라는 이자가 들어온다.
아빠는 아마 1억 정도는 대학을 입학한 나와 곧 대학에 갈 고2동생을 위해, 그리고 혹시 모를 일들을 위해 쓴다 생각하고 나머지 2억으로 이자를 계산하셨겠지.
2억X0.1=20,000,000원
매달 166만 원
그중에서 100만 원으로 엄마에게 생활할 수 있냐고 물어보신 거였겠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본다.
엄마는 생활할 수 없다고 답했고, 아빠는 이 대답을 듣고 무엇인가를 결심하게 된다. 이 결심이 이후 우리 가족을 구렁텅이로 몰 줄 알았다면 엄마는 100만으로 어떻게든 맞춰서 살 거라고 대답하셨을 거다.
돌아보니 안타깝고 또 안타깝지만 몰랐으니까 엄마도 그렇게 대답했고, 아빠도 그렇게 구렁텅이에 첫발을 내딛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