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제 나이 27살.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결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때 제가 조증 상태여서 지금 돌아보니 과하게 업된 행동들이 있지만, 이미 브런치 독자님들과 작가님들에게 저의 20대 때 이야기를 다 털어놓은 후라 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 한마디로 이상형을 적었습니다. 한 15가지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지금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착한 사람, 나만 좋아해 주는 사람, 믿음이 좋은 사람, 우리 부모님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적은 것은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는 현재 제 주변의 남자친구들 중 연인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적으로 물어봤어요.
결혼생각이 있냐,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 정도~(윽~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도 완전 동감이에요. 와~ 진짜 조증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어떤 친구는 저에게 매우 친절하게 잘해줘서 이성으로서 호감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제가 안쓰러워 보여 잘해 준 거더라고요. ^^; 자기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하는데 진짜 황당했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리스트에서 이름을 지워 나가다가 하운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넌 언제 결혼하고 싶어?”
“올해“
“그럼 사귀고 있는 사람 있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올해 결혼을 해? “
“그래서 기도하고 있어.”
“기도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 너도 노력을 해야지. 이상형은 누구야?”
“연하면 좋겠어.”
아~ 이때 전 이미 이전 남자친구이게 차인지 일 년이 채 안 된 때여서 그런지 이 말이 너는 아니다로 들렸어요. 그래서 전 이런 제안을 저도 모르게 했어요.
“내가 연하고 믿음 좋고 성격 좋은 내가 진짜 아끼는 예전 교회 후배 고은(가명입니다)이 소개해줄게.”
“나, 별로 소개팅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태도는 안 된다니까~ 내가 고은이랑 이야기하고 다시 전화할게.”
이렇게 전 하운이와 고은이의 소개팅을 얼떨결에 주선했어요.
2005년 삼일절에 만나기로~
그리고 소개팅 며칠 전 다시 하운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야~너는 친구가 생일인데 선물도 안 사주냐?”
이렇게 하운이와 저는 제 생일축하를 목적으로 만났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 갔어요. 둘이 마주 보고 앉아 한 곡씩 차례로 노래를 부르는데 둘 다 애절한 사랑노래만 부르고 있었어요.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하여를 불렀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1시간이 지나고 서비스 넣어 준 20분이 지나고 하운이가 말했어요.
“이제 가자”
“잠깐, 나 사실 할 말이 있어.”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