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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by 소망이

어제 밤에 마신 호지차 때문일까, 아니면 낯선 환경이어서 그럴까 자정이 넘어 침대에 누웠는데도 한시간 반 간격으로 깼다. 잠이 너무 안 와서 잠이 오는 고요한 찬양을 틀어두기까지 했다.


잔잔히 찬양을 듣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작년 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대비되서, 너무 꿈만 같은데 이게 현실이라서~


그리고 마음 깊숙한 곳에 하나님께서 "00아~ 사랑해, 고생 많았어, 고마워, 널 기대해, 축복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몇달 전 비참함과 괴로움, 무기력함으로 통곡하며 흘리던 눈물이 아닌 감사와 감동의 뜨거운 눈물이었다. (그래도 잠은 잘 안 왔다.^^;)


아침 5시 40분 기상해서 7시 조식을 먹으러 호텔 54층에 올라갔다. 오사카를 내려다 보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먹는 조식은 맛도 분위기도 예술이었다. 그동안 해외여행에서 먹었던 어떤 조식보다도 월등히 뛰어났다.


출발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 온 학생들 잔소리 해주고 버스에 탑승했다. 오전 9시 조금 못되서 출발하여 11시 되기 조금 전 기요미즈데라(한국어로 청수사)에 도착했다. 오늘은 한가하다고 하는데도 관광객들이 엄청 많았다. 단풍시즌에 오면 더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겨울 청수사도 운치있었다.

이후 동지사대와 교토대 대학탐방을 했다. 올해는 아쉽게도 졸업생들이 많이 바빠서 나오지 못했지만 한국인 유학생이 대신 와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동지사대 학식을 대학생들 바글거리는데서 같이 먹었는데 생동감이 느껴졌다.

저녁 먹기 전에는 시마즈제작소에 가서 일본어로 설명하시는 직원분의 설명을 가이드분이 한국어로 통역을 해 주셔서 들으며 견학을 했다. 오늘 13,000보 정도 걸어서 종아리가 당겼지만 진심으로 설명해 주시는 일본 어르신과 눈빛을 맞추며 경청하려 애썼다. 난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30분 이상 집중해서 들으니 감으로 내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해서 신기했다.

오늘 저녁은 교토에 있는 쿠라스시 회전초밥집에 갔다.

내 생애 가장 많은 초밥을 먹었다. 회가 정말 신선해서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중이다. 학생들도 오늘 하루 피곤했는지 모두 곤히 자고 있다. 나도 사실 오늘은 좀 일찍 푹 자고 싶어서 흔들리는 버스에서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다.


어느덧 이틀째 밤이 되고 있다. 교토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처년의 수도답게 고즈넉하고, 단아하고, 정겨운 도시였다.


교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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