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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람차가 사라진 후

아메리칸빌리지 포케제닉 찾기

by 지애롭게

몇 년 전만 해도 아메리칸빌리지에는 트레이드마크인 관람차가 있었다. 그거 하나 때문이라도 이곳은 오키나와의 유명한 랜드마크역할을 톡톡히 해냈었는데, 몇 년 전 철거가 되고 그 자리에 호텔이 들어섰다.



관람차가 있던 시절, 다행히도 남편과 나는 그곳에서의 우리 모습을 기록해 두었다. 이 글을 쓰며 사진을 찾다 보니 확실히 관람차가 있던 아메리칸 빌리지가 더 이쁘고 특색이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다. 하지만 꼭 관람차가 있다고 해서 그 관람차를 탄다던가 그것만 주야장천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는데 왜 아쉬운 마음이 들까 허허.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오키나와를 처음 갔을때 아메리칸 빌리지는 어릴적 놀이공원에 처음 갔을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했다. 어른들의 놀이공원같다고 해야할까? 오키나와를 잠시 잊고 다른 나라에 여행을 하는 기분도 들게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오키나와 여행이 처음이신 여행객이라면 꼭 가봐야 할 필수코스다. 곳곳에 예쁜 포토존들도 많고 맛있는 맛집들도 많다. 아메리칸 빈티지 소품이나 의류를 쇼핑할만한 상점들도 굉장히 많다. 또 그 속에 오키나와의 색이 짙은 도자기 가게들, 소품, 기념품샵도 많고 전체적으로 구경할게 참 많은 곳이다.


하지만 자주 오다보면 아메리칸 빌리지는 하루의 시간을 풀로 할애하기에는 조금은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스킵하기엔 아쉬운 곳이기도 하다. 대관람차가 있을 땐 확실히 이색적인 풍경에 그 모습을 보려고 하루를 꼭 이곳에 묵기도 했었는데 대관람차가 사라진 후론 우리에겐 지나가며 잠깐 들르는 곳이 되었다.


우리처럼 대관람차가 사라져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희소식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아메리칸 빌리지 곳곳에 총 12개의 포켓몬 벽화들이 숨어있다.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찾아다니며 힘들었지만 찾았을 때마다 빼꼼하고 나타나는 귀여운 녀석들 덕분에 힘든 노고가 싹 사라지게 만드는 이상한 효과가 있었다.


한번은 포켓몬들의 발자국만 찍혀있고 녀석들이 안보여서 길도 아닌 풀숲까지 들어가서 찾기도 하고 벤치 자체에 크게 페인팅이 되어 있어서 포켄몬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 일본 학생들덕에 알게된 경우도 있고 나름 찾는 재미가 있다.


늘 상점과 맛집, 커피숍들만 바라보며 아메리칸빌리지를 둘러보다가 이전에는 보지 않았던 구석구석까지 시야를 확장시키다 보니 아메리칸빌리지를 더 샅샅이 보게 된다고 해야 할까? 하수구까지 보게 되니까 진짜 샅샅이 본다는게 정말 맞는 표현이지. 물론 이곳을 처음 온 분들이 이것만 찾다가는 다른 것들을 놓칠 수 있지만 말이다. 이번 오키나와여행에서는 귀여운 포켓몬들 덕분에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못보고 지나쳤던 샵들도 덩달아 구경을 많이 하게된 여행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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