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어
이날은 오키나와 여행 중 8번째 여행으로 그동안 오키나와여행 중 처음으로 오후 늦게 나하공항에 떨어진 날이었다. 비행기가 많이 딜레이가 되었던 날이었다. 렌터카를 받자마자 A&W 버거에 들려 루트비어와 햄버거를 먹으러 이동했다.
그렇게 자주 왔던 오키나와지만 이곳까지 와서 햄버거 프랜차이점을 가야 되냐며 햄버거가 먹고 싶은 날엔 현지 수제버거집을 찾아다니며 먹던 우리다. 저번에 '루트비어'를 먹어보겠다며 정말 루트비어만 먹고 돌아왔는데, 그때 햄버거를 먹지 않고 온 게 내심 둘 다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엔 꼭 햄버거도 먹어보자 했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오게 될 줄이야! 그때는 낮시간에 방문했었는데 이번엔 해질 때쯤 도착해서 보니 분위기가 또 달랐다.
둘 다 세트로 먹고 싶은 버거를 시켰다. 나는 저번에 루트비어를 먹고 매력적이라 좋아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내가 시킨 루트비어 한입을 먹어보곤 물파스맛이 난다며 자긴 그냥 콜라를 시키겠다 하며 주문대로 향했다. 하지만 주문하고 받아온 음료를 보니 루트비어 위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것을 받아왔더라니. 킥킥거리며 마셔보니 그냥 오리지널 루트비어보단 확실히 부드러웠다. 물파스 맛이 나는 신개념 음료를 시도하기 두려운 분들이 시도해 보기에 괜찮았다.
루트비어는 미국의 A&W 브랜드에서 만든 독특한 탄산음료다. 요즘 핫한 ChatGPT에게 물어보면 '독특한 허브와 바닐라 향이 난다'라고 설명해 주지만 이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냥 물파스 맛이라고 생각하면 맛을 짐작하기 쉽다. '물파스를 굳이 왜 찾아마시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워낙 호기심이 많은 나는 '진짜 물파스 맛이 나는지', '물파스 맛이 나는 음료를 사람이 마시라고 만든 거라면, 아직까지 판매가 되고 있다는 거라면 뭔가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도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신기한 맛이다 보니 어른들보단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할 것 같은 그런 이색적인 음료다. 초, 중고학생의 자녀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루트비어를 자녀들과 웃으며 재미있게 맛볼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번쯤 마셔보라고 권해보곤 한다. 더욱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와 함께 즐길 수 있어 더 손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해외여행을 몇 번 가보지 않았던 초반에는 우리나라에서 못 보는 이색적인 환경이 무작정 재미있고 신기했지만 여러 번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그 나라의 문화가 궁금해지고 의미를 알게 되면서 여행이 더 재미있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하게 미리 공부해서 갈 필요는 없다.
어느 문화유적지를 가면 이곳의 역사가 어떻고 저떻고(?!)가 지루하게 적혀있는 해설판은 나 역시도 정말 재미없어하는 편인데 나처럼 그런 팻말을 읽는 게 재미가 없다면 처음엔 그 나라 식문화를 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누구나 어렵지 않고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그 나라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면서 알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기도 하니까.
내가 루트비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이유이기도 하다. 루트비어가 오키나와 전통음료는 아니지만, 이런 특색 있는 음료가 왜 아직까지 판매되고 있는지, 오래도록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키나와를 더 알 수 있게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