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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탐험가 부부

쉐피비치(우리가 지은 이름)

by 지애롭게 Mar 17. 2025


스노클링을 하기로 한 날, 민나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전  간식이나 요기거리들을 사러 근처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 더 가까운 마트도 있었지만, 오픈시간이 조금 늦어 그곳보다는 조금 거리가 있는 빅마트에 갔다. 여기서 초밥이랑 유부초밥도 사고 음료수도 샀다.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보냉백에 바리바리 싸들고 민나섬으로 가는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예전에 내 친구와 나 그리고 남편과 셋이 오키나와에 여행을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민나섬이라는 곳을 갔다가 생각보다 물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과 몸은 몸대로 지친 상태로 어느 휴게소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에 갔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분께서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 하시며 내 친구와 대화를 잠깐 했는데 민나섬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말씀드리니 그 뒤에 핑크산호가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길 다녀온 거냐며 물으셨다. 우리는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며 엄청 아쉬워했고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키나와를 갈 때마다 남편과 그 아주머니 얘기를 하곤 했다. '정말 있을까?' 결국 우린 5년 전 아이스크림가게 아주머니가 지나가듯 말한 그 핑크산호가 가득하다던 해변을 찾기 위해 무작정 이곳을 다시 오게 되었다.


가면서 남편이 말했다. "진짜 그 아줌마 말이 맞는지 가보자" 정말 그 아주머니 말 한마디 믿고 가는 무모한 여정이었지만 뭔가 진짜일 것 같아 둘 다 포기를 못했던 거다. 그런 이유로 찾아 나선다는 게 나는 탐험가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신나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아침 일찍 첫 번째 배를 타고 민나섬으로 이동했다. 익숙한 뷰. 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바다는 아이들과 놀기 좋은 바다의 형태라 물고기는 없고 뿌연 컨디션을 가진 곳이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가 그 당시 말해준 핑크산호가 있다는 비치는 그 섬 반대쪽이라고 했다. 우린 배에 내리자마자 사람들과 전혀 다른 길로 둘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어찌 됐건 섬이니까 이 길 끝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믿고 걸었다.


도착한 곳은 정말 아무도 없고 우리가 전세내고 놀 수 있는 비치! 여행을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큰 아쿠아백을 안 챙겨서 짐을 어찌 두고 놀아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아무도 없으니 물건분실 걱정 없이 놀 수 있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물속에 들어가니 정말 아름다웠다. 5년 전 그 아이스크림 가게 아줌마 말이 사실이었다. 완전 핑크는 아니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 비치에는 비치 뒤편으로 나무가 있는데 그 덕분에 자연적으로 그늘 진 공간도 생겨서 파라솔 따위 필요하지 않았다. 근사한 테이블로 쓸만한 큰 돌이 있는 곳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눈앞엔 멋진 카모메이와노 비치(Kamomeiwano Beach)가 자리하고 큰 돌은 우리의 든든한 큰 테이블이 되어 주니 이보다 더 근사한 식당이 있을까 싶었다. 




민나비치 가기 전날 마트에서 처음 보는 음료가 있길래 고민하다가 가장 궁금한 맛으로 사서 얼려서 섬으로 가져왔다. 와인 같기도 하고 맛있었다. 무엇보다 병도 이쁘고!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분들은 이쁘기도 하고 맛도 좋으니 꼭 마셔보시길!


남편과 그 해변에서 1시간가량 스노클링을 하고 다시 배를 타고 나왔다. 남편은 우리나라에선 이 비치를 모르는 것 같아 '쉐피비치'라고 이름을 붙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무렴 어때 좋은 곳을 널리 알리는 건 좋은 거지! 쉐피비치라고 붙이지 뭐!'라고 말하며 둘이 키득거렸다.





민나섬에서 나와서 다음 숙소 체크인하러 가는 길에 고릴라춉을 지나가게 되었다. 오키나와 고릴라춉이라는 곳은 스노클링 포인트로 국내에서도 스노클링이나 다이버 하는 분들은 많이들 가는 곳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라 그쪽은 늘 사람이 많다.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고릴라춉 가기 전에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해서 그리로 내려가보았다. 늘 새로운 곳을 가면 남편이 먼저 들어가서 물속 컨디션을 보고 물 밖으로 나와 엄지척이나 엑스 표시로 상태를 표현해 주곤 하는데, 여기는 엄지척이었다. 남편은 산호가 너무 이쁘다며 꼭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들어가 보니 정말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느낌의 모습이 펼쳐졌다. 산호 상태도 좋고 색도 다양해서 물고기도 물고기지만 산호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릴라춉쪽에서 패들보드 타는 분들 꽤 보였는데 타다가 물에 빠지면 산호가 다 망가질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산호가 보는 것보다 꽤 단단해서 패들보드에서 떨어져 산호로 떨어지면 꽤나 아플 텐데, 혹시 이 글을 본 분들은 이 근처에서 패들보드는 안 타셨으면 좋겠다. 이 아름다운 산호들을 오래오래 유지시키고 싶은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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