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절친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20대 초반 알게 되었고 거의 20년 가까이 지내다가 평소 나의 부정적 모습 때문에 결국 끝이 흐지부지 되었다. 당시 한 달 두세 번은 만날 정도로 가까웠는 데 그렇다 보니 서로의 단점이 너무 쉽게 보여 이를 꾹 눌러 참았던 두 사람은(친구와 나) 결국 터지고 말았다. 연인 관계라면 헤어지는 게 당연하듯이 서운한 점을 나에게 문자로 보내면서 그동안 친구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하다는 말만 했고 그 친구와 인연은 이를 계기로 연락이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친구를 너무 잘 알았기에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나중엔 후회가 되었다.
시간이 지난 후 친구가 다시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피해버렸는데 불편한 감정보다는 '친구를 향한 감정이 두려웠다'라는 것이 정확하다. 무슨 말이냐?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만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엔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단어에 신경이 쓰이면서(조심하는 생각에) 동시에, 친구가 다시 나의 말에 상처받지 않을까? 또 쌓아두고 어느 순간 화를 내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그 친구와 인연이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힘들었는데 그건 너무 제한적으로 그 친구와(그 친구는 아니었지만)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게 어려운 나로선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도서관을 자주 갔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연'이란 게 어떤 것인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노력, 양보,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악의 없는 행동에 혼자 상처받지 말고 기분이 나빴다면 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여전히 이 부분은 쉽지 않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종종 내향적이나 외향적이냐 나뉘고 여기에 전자는 별로이지만 후자는 너무 좋게 평가를 하니 전자에 속하는 난 늘 사람을 만날 때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가 없는데, 이건 가족 외에 타인에게서 애정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같은 직장에서 20년을 알고 지낸 동생을 오랜만에 만났다. 외향적 성향으로 나와는 정반대인데 의외로 20년을 유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서로의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도 일부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직장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확연하게 다른데도 이야기한 그 순간에 내 말에 수긍하지 않아서 화가 나기보단 나하고 생각이 다르네 하면서 더 내 의견을 피력하게 되었고 그 친구 역시 그랬다. 물론, 사람인지라 서로가 서운한 감정을 있었는 데 중요한 건 이런 감정을 새겨두고 곱씹는 대신 상대방에게 말하면서 오해가 생기지 않게 했다.
옛 친구와는 참기에 급급했다. 서로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한번 쏟아져 나온 친구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 상처를 줬구나 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아 내 곁에 그 친구를 두기가 두려워졌던 것이다. 반면, 20년을 같은 직장에서 보낸 동생은 오해가 생기기 전에 관계를 풀어나갔다. 어느 쪽이 더 좋은 만남이냐고 묻는다면 둘 다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다. 다만, 내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상황이 부족해 한 친구를 잃게 된 것이다. 쉽게 사람을 만나지 못한 나에게 힘든 시간은 홀로서기하기에 딱 좋은 시기였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모임, 독서 등 내 행동 범위를 넓혀가게 되었던 것이다.
한 번 만난 인연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생각만으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저, 그 안에서 잃고, 얻기를 반복하면서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