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함께 향유한다는 것

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너.

by gwi eun

19개월차 아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손을 꼬옥 잡고서 어딘가로 열심히 끌고 간다.


가는 길이 너무도 익숙해 멀리서부터 웃음이 피식피식 나는 걸 꾹 참는다.


‘정말?’ ‘또?’


어느새 작은 꼬마 신사가 발을 먼저 내딛어 내가 끌려가고 있는 곳,

온갖 화사한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동네 꽃집이다.




이 꽃집으로 말할 거 같으면,

꽃을 너무 좋아하는 내가 길어지면 2주, 짧으면 일주일에 한번씩 들리는 동네 꽃집인데

나이가 꽤 있으신 여사장님께서 오랜기간 한자리에서 꿈을 키우시다가

이제는 커다란 건물로 이전해 더 많은 식물들과 보금자리를 만들어 온 곳이다.


사장님과 남편분, 그리고 아드님과 며느리분까지 꽃집에서 터를 잡으셨으니

그 규모가 꽤 큰 곳인데 오랜시간 내가 이 곳을 방앗간처럼 드나드니 네 분의 사장님이 언제고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는 정다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반가운 동네 주민이자 정다운 주 고객이 내가 아니라

내 손을 꼭 잡고 앞장서서 들어가는 꼬마 신사, 내 아들이 되어버린 거다.




꽃을 어쩜 이렇게도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여타 아이들처럼 자연 속에서 풀잎과 떨어진 낙엽들을 바스락거리며

만지고 노는 건 자연스럽다고 여길진대,


윤우는 유독 꽃을 너무도 사랑한다.


19개월차 아기가 이것을 사랑으로 다루는 건지

호기심으로 다루는 건지는 사실상 알 방법이 없지만,

내 눈에는 사랑이 담겨있는 아들의 눈빛이 보인다.


길가를 지나가면 하물며 잡초처럼 자라난 꽃까지 발견하곤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꽃잎의 매끄러운 피부살같은 것이 좋은지

‘톡’ 뜯어다가 꽃잎들을 만져보고

한 잎 한 잎, 청춘영화의 가녀린 소녀마냥 뜯어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윤우가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은 있지만

단순한 호기심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느낌이 다르다.


길가의 꽃들은 그렇다쳐도

오후에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집을 가는 길,

꼭 그 자그만 손으로 내 손을 단단히 결박해두고 힘차게 걸어가는 곳이

꽃집인 날이 잦아지는 거다.


처음은 그게 너무 우스워, “푸하하하- 윤우야. 지금 꽃집으로 날 데려온거야?”

하며 여기저기 놓여있는 식물들을 신난 미소로 구경하며 즐기는 윤우가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점차 빈도가 잦아지더니,

그의 꽃사랑이 꽤나 진심이라는 느낌이 드는거다.


웃긴 건, 꼭 혼자만의 의식이라도 있는거처럼

일주일에 한번.

내 손을 잡고 꽃집으로 향한다. (물론 그는 그 스스로가 일주일에 한번을 두고 꽃집으로 자꾸 날 데려가는지 알지도 못할테지만, 우연인지 지금이 몇차례. 모두 한주를 격차로 나를 꽃집에 데려가고 있다.)



멀리 입구 바깥부터 조그만 남자 애기가 성인 여자 하나를 박력있게 끌고 들어오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매번 마주치는 사장님들은

이제 윤우가 꽃집에 발을 들어서면

너무도 반갑게 인사해주시며 그가 편히 꽃을 구경하도록 자연스레 자리를 내어주신다.


그럼 나는 그 참에 예쁜 꽃을(주로 장미를.) 두어송이 매주 사오는 것이다.



나의 오랜 단골이기도 한데다가 이미 윤우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꽃을 매주 사러 왔던지라

사장님들께서 꼭 곁가지들을 더불어 꽃을 챙겨주시곤 하는데,

이제 나의 꼬마 아들마저도 단골이 되어버렸으니

사장님들의 사랑이 더 풍성해졌다.



“사장님. 저 꽃 두송이 사는데 이렇게 곁가지들을 매번 주셔도 남나 몰라요.

그냥 정말 제가 사는 꽃만 주셔도 되니 편하게 주셔요. 여튼 저는 좋지만요!”


“전~혀 문제 없습니다! 저희가 늘 고맙죠.

덕분에 이렇게 예쁜 꼬마신사도 저희의 단골 손님이 되었잖아요?”


사장님의 아드님께서 꽃을 포장해주시고 있노라면,

옆에서 대장사장님이 시들어서 판매하지 못하는 꽃을 꺾어다가

윤우한테 놀아라며 전해주시거나

마치 피곤한 일들에 쌓여있다가 또다른 화사한 꽃을 마주한듯

그렇게 신나는 모습으로 윤우와 눈을 맞추며 정다운 인사를 나누신다.




어제는 그렇게 사온 노란빛 도는 하얀 장미 꽃 한송이,

분홍빛 도는 하얀 장미 꽃 한송이와

사장님께서 예쁘게 둘러주신 유칼립투스를 늘과 같이 식탁 위

투명 유리 꽃병에 꽂아두었는데


이번에 사온 노란빛 하얀 장미꽃 한송이가 유독 꽃잎을 수없이 펼쳐내어 눈길을 많이도 빼앗는다.


다른 장미들보다 조금은 더 두툼한 꽃잎,

‘이정도면 끝이겠지’, 싶었던 만개는 꼭 나에게

“아니야~ 난 더 더 활짝 만개해보여. 볼래?” 하고는

더 풍성한 모습으로 활짝 활짝 꽃잎들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태에 유독 향기가 강한 이 장미에 코를 박고서

한껏 이 아름다움을 깊이 느껴본다.


그리고 눈을 살며시 감으면,

윤우가 그 자그만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손을 단단히 쥐고 가던 손의 압력과 온기,

당당하고 멋지게 걸어가던 윤우의 당찬 걸음걸이,

꽃집에 들어서 가장 안 쪽 꽃들이 진열된 곳까지 나를 이끌고 가는 모습과

사장님들의 넘치는 환대를 받으며 식물들을 구경하는 윤우.

그 속에서 또 새로운 꽃을 고르는 나.

아이를 또다른 꽃처럼 바라보는 네 분의 사장님들.



이 모든 온기와 사랑과 아름다움이 한껏 버무려져

내 마음에도 화사하고 풍성한 꽃이 만개하는 것 같다.



화사한 꽃을 볼때면 그것이 마음을 아름답게 어루만져주는 거 같아,

예쁜 아이들을 집에 들여놓으면 그 행복이 일상에도 스며든다.



그런데 이런 취향이 이 조그만 아들에게도 있는 거 같아 나는 즐거운 기분이 든다.



비단 취향이 같아서라기보단,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아름다움’을 아들도 함께 향유한다는 것, 그것이 나를 더 기쁘게 한다.


작은 것에서 깊이 아름다움을 누릴 줄 안다는 건, 삶에서 참 소중한 선물이니까.


윤우가 오랫동안 이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소소한 행복이 그의 삶에 가득, 스며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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