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의 감수성과 순수한 공감능력은 날 놀랍게 해.
어제저녁, 디즈니를 보다가 갑자기 윤우의 눈이 동그래지며 대성통곡을 하듯 눈물을 터뜨린 일이 있었다.
보다가 더는 안 되겠다는 듯이, 너무 슬퍼서 감당이 안된다는 듯이, 티비에서 고개를 돌리고 제 아빠 품에 고개를 파묻고 한참을 서럽게도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남편과 내가 적잖이 당황하고 놀랐다.
요는 이러했다.
전날 늦은 밤, 필요에 의해 윤우에게 디즈니 영상을 잠깐 틀어준 일이 있었다.
한동안 기침과 콧물이 영 멈추지 않는 윤우에게 네뷸라이즈를 아침저녁으로 해주고 있었는데, 그 시간을 너무 힘들어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 잠깐의 시간만큼은 덜 힘들게 (윤우뿐만 아니라 나도 말이다. 푸하하. 조금의 타협은 생기고 있다. 그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게, ’적당히‘라는 것이 우리 사이에 아주 잘 지켜지고 있어서다.) 보내고 싶어, 네뷸라이저를 할 때면 잠깐 유튜브를 틀어 디즈니 ost를 틀어준다.
어제 남편이 고른 5분가량의 디즈니 영상은 겨울왕국의 ost,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이었다.
엘사의 동생 안나가 계속해서 엘사의 문을 두드리며 ’같이 놀자‘노래를 부른다. 어느덧 그들이 크고 부모님은 세상을 떠난다. 둘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방 바깥으로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언니방 앞에 안나가 슬퍼하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바로 이 장면에서 갑자기 윤우의 눈물이 터진 거다.
잠깐이라거나 살짝 흘리는 것도 아니고 너무도 서럽게, 대성통곡을 했다.
남편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우는데 너무 서럽게도 왕왕 우는 윤우를 보고 우리 부부는 어쩔 줄 몰라 놀란 상태가 되었다.
부엌에서 저녁거리를 정리하고 있던 나는 곧장 윤우에게 달려갔고 우리 부부는 무언의 표정들을 주고받았다.
아이가 너무 슬프게 울고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질 않는 거 같아, 남편과 합심하여 달래주며 남편은 얼른 밝은 영상으로 티비장면을 전환해 주었다.
그래도 쉽사리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아이를 붙잡고 무엇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나와 남편에게는 꽤 강렬한 인상이어서, 자꾸 나는 요 며칠간의 몇 에피소드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윤우를 데리러 하원길에 나선 날.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멀리서부터 날 발견한 윤우가 신난 개구쟁이 표정을 가득 안고
선생님 손을 잡고서 총총총 발걸음을 재촉해 내게 안겼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 날따라 열띤 모습으로 내게 하루에 있었던 일련의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셨다.
이날은 한 극단에서 어린이집으로 찾아오는 [헨젤과 그렌텔] 인형극이 있던 날.
선생님께서 알림장에 올려주신 윤우 사진만 봐도 즐거움이 느껴져, 좋았겠거니 싶었지만 내 감상은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이 날 선생님께서 열띠게 내게 이야기해 주신 요는 이러했다.
인형극 내용이 아이들에겐 조금 무서울 수도 있고, 무엇보다 배우분께서 커다란 인형탈을 쓰는 장면이 있었단다. 다른 아이들 모두 그것이 무서워,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도망치며 방을 뛰쳐나갔는데 윤우만 홀로 남아 끝까지 극을 보더라는 것이다.
같은 반 또래도 아니고 형아 누나들도 하나같이 무섭다며 방을 나가고 있는데 윤우는 어째서인지 홀로 앉아 끝까지 집중하며 극을 보더라고. 그것이 너무도 신기하셨다며 열띠게 그 일화를 알려주셨다.
선생님의 열띤 설명이 이해가듯, 그 얘기를 들으니 왜 그리 흐뭇했는지 모른다.
“역시 윤우가 어머님을 닮았나 봐요.
어쩜 이렇게 책도 그렇고 공연까지 집중력이 좋은지 몰라요.
윤우가 이럴 때면 참 깊게 빠져들어서, 신기할 정도예요. “
그리고 그 말과 이 상황들이 나쁘지 않았다.
솔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내심 ‘너.. 정말 엄마 아들 맞구나?’
‘윤우야! 너도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예술가의 기질이 있는 걸까, 하는 즐거운 생각과 윤우의 세상이 꽤나 알록달록하겠다 생각하며 흐뭇한 마음이 절로 피어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함께 슬퍼하며 우는 걸 보고 어쩐지 우연같지 않은 거다.
“도대체 이 나이에 뭘 알고, 뭘 느꼈길래 같이 슬퍼한 거야?
자기야, 진짜 신기해.“
그리고 팔불출처럼 이 에피소드를 이번엔 또 내가 선생님께 알려드리고 싶어, 오늘 아침 등원길에 신나게 떠들고야 말았다.
‘자랑은 금물인데..!!!’
자식 자랑 같은 거 남들에게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나 다짐했는데 이런 순간은 도대체 숨길 수가 없다.
이렇게 감정이 많고 타인의 슬픔을 함께 슬퍼할 줄 아는 윤우의 마음이 그저 예쁘고 아름답다.
착한 그 마음과 순수한 마음이 내 마음까지 아름답게 울려주는 것만 같다. 윤우의 마음이 나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만 같다.
어쩜 20개월 아기에게 이런 감정이 일렁일 수 있는지, 주책맞게 또 내 아이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만다.
(엄마들이란..)
선생님께서 화들짝 놀란 얼굴로 답해주신다.
“어머! 정말요?
어쩜 그래요? 지금 뭘 안다고. 그 슬픔을 안거예요? 세상에…
정말 윤우는 어머님 닮은 게 확실한가 봐요. 나중에 배우 시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핳핳핳 - 아니에요~” 하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자꾸만 남몰래 웃음이 피식피식 흘러나오고 입가의 미소가 사라질 생각을 안 한다.
그러니까…
결국 이건 참지 못하고 기록해 버리는 자식 자랑, 맞다. 너무도 적나라하게 쓰는 자식자랑이라도 예쁘게 봐달라.
애교라도 귀엽게 부려보고 싶지만 어쩐지 그런 것은 못하겠으면서 또 남몰래 간직하긴 아쉬운 자식 자랑을 하나 늘어본다..! 푸하하.
나중에 윤우가 크면,
서점에 들러 같이 책도 읽고
예쁜 카페에 나란히 앉아 책에 대해 토론과 같은 대화도 나누고
멋진 전시회와 박물관을 함께 데이트도 나가고.
좋은 공연과 영화, 작품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와도 참 좋겠다. 즐거운 상상을 곁들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