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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Jul 05. 2024

사위와 장모의 태권도 시합



“자! 오늘은 태권도 대회 열리는 날이야!

모두 오세요! 이리로 모이세요!!”  


호제가 외쳤다. 각자 할 일을 마치고, 정확히는 호제가 할 일을 마치고 시작하는 놀이시간에 태권도를 할 계획이란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호제와 말랑 할머니가 붙었다. 이미 겨울방학부터 둘이서 호흡을 맞췄던지라 서로 번갈아가며 하는 공격과 방어에 리듬감이 가득했다. 말랑 할머니의 입으로 하는 태권도 공격과 추임새도 생동감이 넘쳤다. 결과는 예상대로 호제의 승.     


말랑 할머니와 내가 붙었다. 내 평생 처음으로 엄마와 태권도를 해봤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서로 웃음부터 나왔다.


태권도를 배운 적이 없는 나는 태권도가 아닌 잽잽을 날리는 복싱을 시전 했다. 말랑 할머니는 옆차기 자세를 하면 무릎이 아파 다리를 들고 위에 아래로 내리찍는 발차기를 내게 했다.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나지 는다. 나의 엄마이자 호제의 할머니인 말랑씨의 내리찍기 발차기만 여전히 기억이 날뿐이다.      




호제가 다시 외친다.     

“자, 이번에는 아빠와 할머니! 나오세요.”     


말랑 할머니와 Y는 모두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Y는 “호제야, 이거는 좀...”이라고 외쳤으나 지나칠 수 없는 토너먼트였다.


사위와 장모의 태권도 시합. DALL E3 구동


결국 장모와 사위는 매트 위에 주먹을 쥐고 대련자세로 마주 섰다. 주먹을 가벼이 쥔 채로 Y와 말랑 할머니는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말랑 할머니는 호제에게 지난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태권도를 배웠다. Y는 이미 어릴 때 태권도 단을 땄고 꽤나 잘했다.     


말랑 할머니는 “아이고, 배야~”라며 껄껄 웃었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배꼽이 빠질 정도로 꺽꺽대며 웃었다.      

“시~작!” 호제의 시작소리와 동시에 시합이 시작했다. 호제의 코칭도 이어졌다. Y는 말랑 할머니에게 본인에게 먼저 공격하라는 눈 신호를 보냈다. 말랑 할머니는 살포시 발을 올렸다 내렸다. 호제는 그 모습을 보고 말랑 할머니에게 외쳤다.     


“할머니!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발차기해! 어서!”     


호제 제외한 나머지 셋은 더 크게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랑 할머니와 Y는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야 했다. 말랑 할머니는 사위인 Y에게 눈 신호를 보내고 내리찍기 발차기를 가했다. 그 순간 나는 더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하하하하!!! 으헉헉허거헉허허헉헉헉!!! 크킄크크킄크크크크킄크크킄”     


이번에는 호제가 Y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아빠!! 아빠가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때를 생각하며 공격해!!!! 어서!!!”     


Y도 공손히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말랑 할머니에게 발차기를 했다. 그 순간 나는 또다시 웃었다. 말랑 할머니도, Y도 웃었다. 그 이후 몇 번의 공격과 방어가 오고 간 뒤 경기는 끝났다.     


호제 덕분에 Y도, 말랑 할머니도, 나도 웃음이 빵빵 터지는 밤이었다. 모두 여러 감정이 승화하는 시간이었길 바라본다.



사위와 장모의 태권도 시합

추천합니다!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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