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남편이, 남편은 아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산에서 육아로 넘어가는 시점

by 소소황



언제부터인가 단조로운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우리집 작은인간에게 분유를 주고,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출근을 합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오늘 할 일을 점검하고, 고객의 요청에 대응을 하며, 회의자료를 만들고, 회의에 참석하며 퇴근만을 꿈꿉니다. 퇴근 후에는 다소 늦은 집밥을 먹고, 분유를 주고, 작은인간을 재우고, 설거지를 하고, 야간산책을 통해 잠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진 후 씻고 잠자리에 듭니다.


매일매일이 똑같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없는 일상이, 그리고 지금은 아이가 있는 일상이 반복될 뿐입니다. 남편은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질 때마다 단조로움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려 노력하곤 했습니다. 아이와 아내가 집 밖을 못 나가는 현시점에는 그런 노력이 사치이기에 슬쩍 마음을 비우려 했으나, 결국은 피어나는 그 마음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이 커질수록 남편은 오히려 더욱 초조해집니다. 그래서 개인홈페이지를 만들어보기도, 친구들에게 텀블벅 프로젝트를 제안해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반복되지만 바쁜 하루하루의 일정에 치여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습니다.

(핑계겠죠? 진실로 간절했으면 했겠죠?)


남편은 친한 형님들과 캠핑을 갈 일이 생겼습니다. 아내는 우리집 작은인간을 모시고 친정집에 가기로 하고, 그렇게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을 부여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우리 모두는 바쁩니다. 예약은 취소되었고, 계획은 무산되었습니다. 아쉽지만 시작부터 반쯤은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모두가 반복되지만 바쁜 일상을 살고 있고, 그 굴레를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렇게 무료함이 한층 강화됩니다.


아내는 아쉬워하는 남편에게 낚시라도 다녀오라 했습니다. 혼자 아이 보느라 바쁜 아내에게 미안해서인지 혼자 가기는 싫다고, 나중이라도 같이 가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혼자 가면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반복되는 하루의 마무리, 밤마실을 나갔습니다.


터벅터벅 걸음걸이에 힘을 빼고 코로나로 인해 텅 빈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시간 쪼개서 혼자 캠핑도 가고, 낚시도 가고 했었는데..'


결혼하고나니 집에는 일하고 온 남편을 반겨주는 동반자가 있고, 출산을 겪고 나니 안아달라 칭얼대는 작은인간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에 대한 책임감, 집에서는 남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늘 마음 한켠에 짐을 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어깨가 무겁다'라고 표현하는 그것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 무게감이 지속되다보니 서서히 지쳐왔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거 못 느끼는 사람인데?'라며 주장해왔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걍 오랜만에 혼자 낚시나 가보자!'


나홀로 밤샘낚시를 다녀오겠노라 선언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아내는 지쳐있는 남편이 힐링을 할 수 있음에 기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남편 그 순간 살짝 느껴지는 죄책감,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치는 소소한 즐거움에 내심 아쉬웠습니다.


하루가 지나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주말에 낚시를 가려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곱씹기 시작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읽어보며 마음의 준비가 한창입니다. 아내 몰래 타이라바도 샀습니다. 낚시를 떠날 짐도 베란다 한 구석에 살짝 세팅해두었습니다.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었습니다. 다음에 또 갈 일이 있다면, 그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온갖 노력을 곁들였습니다.


회사일에 치여 깜빡깜빡하면서도 잠시 마음을 놓을 때는 주말에 낚시 갈 생각이 확 들어찹니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켭니다. 낚시터 이름을 검색하고, 수심을 어느 정도 주는지, 요즘 물고기들 활성도는 어떨지 상상해봅니다. 그 순간은 아쉬웠지만, 사실은 좋았나 봅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감이 부풀었고, 이는 반복되고 지쳐가던 일상에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출산에서 육아로 넘어가는 시점에 남편은 잠시 혼자만의 여유를 가졌습니다. 그것도 아내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가질 수 있었기에 떳떳하기까지 합니다. 남편은 다음에 지친다 싶을 땐 당당하게 아내에게 '놀러 갔다 올께!'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로 인해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남편의 여가생활을 지원해준 아내에게도 반드시 자유시간을 만들어줘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애가 조금만 더 크면..'이라는 핑계로 미루기보다는 '애가 더 크기 전에..'라는 이유로 놀다 오라 말해주겠노라 곱씹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이렇게 우리 가정 속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동료애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출산을 겪은 부부는 육아의 굴레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2020년 가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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