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은 '일하는 공간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몇 달간의 시행착오 후에 나와 맞는 업무환경을 조성해 가는 중이다. 가장 집중이 잘 되는 환경에서 일을 해야 빨리 끝내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1) 공유 오피스
재택근무를 시작하자마자 동네 공유오피스의 사무실 한 칸을 임대했다. 월세는 20만원 정도였다. 일하는 공간과 집을 완전히 분리하고 싶은 마음에 굳이 시작했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두 달도 못 가서 사무실을 뺐다.
첫째로, 회사보다 더 삭막했다.
우선 공유오피스를 꾸준히 이용하는 사람이 덜렁 나 혼자였다. 내가 사는 곳은 지방 신도시인지라 인구밀도도 낮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매일 집에서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공유오피스를 시작한 이유도 있는데, 삭막한 공유오피스에 매일 혼자 다니니 왠지 집보다 더 외로웠다.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람을 사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동네에 유일하게 있는 공유오피스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잘 꾸며진 곳들과는 달리 매우 삭막한, 어찌 보면 회사보다 더 삭막한 사무실에 지나지 않았다.
둘째로, 너무 추웠다.
내가 재택근무를 시작한 계절은 겨울이었는데, 공유오피스는 히터를 틀어도 따뜻해지는 데에는 세 시간 이상이 걸렸다. 오전 내내 패딩을 껴입고 체온을 올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추위에 떠는 것도, 적적한 분위기도 싫어서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아졌고, 월세가 아까운 지경에 이르렀다.
안타깝게도 내가 사는 곳에는 만족할 만한 공유오피스가 없지만, 집 주변에 좋은 공유오피스가 있으면 재택근무 하기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름 꾸미려고 노력했던 공유오피스
(2) 홈오피스
공유오피스 방을 빼고 나서, 홈오피스를 꾸미기 시작했다. 원래는 손님방으로 꾸며놓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집에 손님이 방문할 일이 거의 없어 안 쓰는 방이나 마찬가지였다. 손님방의 침대를 창고에 넣고, 그 공간에 책상을 놓았다. 나름 생활하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분리하기 위한 노력이다.
오피스룸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가끔 거실에 나와서 창밖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일한다.
(3) 카페나 도서관
아무리 집중을 하려고 해도 가끔은 영 집중이 안되거나, 잠이 쏟아질 때가 있다. (사실 나는 그런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럴 때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첫 번째, 그냥 집중하는 걸 포기하고 내일의 나에게 일을 미루기
두 번째, 카페로 나가기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잠이 깨고 분위기가 전환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아지트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나도 일할 때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도 별로 없고 음악도 잔잔하니 좋아서 집중하기가 참 좋다. 다음번에는 도서관에서 일을 해볼까도 생각 중이다.
자주 가는 카페
(4) 국내든 해외든 원하는 어딘가
내가 재택근무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느 도시, 어느 지역에 있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사는 동네가 지겨울 때면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살면서 일을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올해 초에 태국으로 워케이션[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하는 근무방식]을 다녀왔고, 곧 치앙마이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지역에 얽매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참 좋다.
행복했던 방콕&파타야 워케이션!
이렇든 재택근무를 하면 한 공간, 한 도시, 한 나라에서만 있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어진다. 물론 완전한 프리랜서가 아닌 나처럼 회사에 소속된 재택러들은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몇 회는 회사에 나가야 한다던가, 해외로 나가는 건 안된다던가 하는.. 그래도 주 5일 출퇴근을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지 싶다. 사무실에 엄청난 답답함을 느끼며 환경의 변화, 분위기 전환이 정말 중요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재택근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재택근무 이야기 연재는 아래와 같이 예정하고 있어요*^^* 1장. 재택근무를 원하게 된 이유 2장. 비 IT업계, 3년 차 직장인의 재택 도전기 3장. 진짜 재택근무 이야기 ⇒ 지금은 요기! 4장. 디지털 노마드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