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연재 May 25. 2023

레퍼런스 체크, 꼬치꼬치 캐내지 마!

내 평판 알아서 뭐 하게?

전 직장에 전화해 나에 대해 묻는 레퍼런스 체크, 과연 옳은 일일까?




이때까지의 이야기 - 출퇴근과 사무실에 갇혀있는 것에 기가 빨려 재택근무를 너무 하고 싶었던 나. 하지만 IT 업계도 아니고 경력도 3년이 안되기 때문에 지레 겁먹고 시도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부부를 너무 끝내고 싶은 마음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되는데...!





내가 최종적으로 합격한 회사는 3차 면접까지 봤는데, 직을 원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글로벌회사 안에서 내 역량을 높이고 싶다'고 대답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직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말부부를 끝내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의 분위기, 환경, 인프라, 워라밸 등이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단순히 '외국계 기업에 가고 싶다'만으로 어필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심지어 현 직장에 다닌 지 반년도 안 된 상황이라, '입사한 지 반년도 안 됐는데 왜 벌써 이직을 하려고 해?'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저 이유를 말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는지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진실함은 어느 정도 전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려 세 번이나 진행된 면접 끝에 합격을 했지만... 연봉협상 전에 큰 관문이 하나 남아있었다. 나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레퍼런스 체크'였다.


3차 면접 다음날, 메일을 하나 받았다.




나의 레퍼런스 체크(평판조회)를 해 줄 사람 두 명을 선정해 달라는 것이다.

나의 현 직장이나 전 직장의 상사여야 하며, 동료나 후배는 안된단다.


그 두 명의 이름, 회사, 직급, 메일, 전화번호를 보내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 놓으면 누구든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일단 내가 이직 준비 중이라는 것을 어쩔 수 없이 까발려야 하고, 나에 대해 잘 말해달라는 부탁까지 해야 한다.


내가 이 두 개를 다 해도 괜찮은 사람이 누구일까 고민 끝에 두 분을 선정했고, 두 분 다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수의사 출신 JV
40대 홍콩인 남성
나의 첫 번째 직장의 팀장

성격 : 유들유들 둥글둥글 선함 그 자체
취미 : 초등학생 딸 사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간호사 출신 KH
50대 한국인 여성
나의 세 번째 직장의 부서장

성격 : 매우 까칠하지만 뒤끝이 없고 단순함
특징 : 본인 자랑을 잘 들어주면 매우 잘해줌


JV님은 내가 이 직무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배웠던 분이기도 하고, 직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다. 당연히 내 얘기도 잘해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서 부탁드렸다.


KH양은 까칠하고 자랑이 심하긴 하지만 귀여운 면이 많고, 아주 명료한 성격이라 왠지 잘 말해주실 것 같아서 부탁드렸다.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서, 두 분이 너무 다른 게 참 재미있었다.

JV님

'나도 그 회사를 퇴사한 지 꽤 돼서 잘 기억이 안 나니, 그 회사에서 네가 어떤 일을 했는지 쭉 정리해서 나에게 보내줘.'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어떤 것을 어필해 주면 좋을지도 생각해서 보내줘.'

딱 이 두 마디만 하더니, 이틀 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고 레퍼런스 체크가 끝난 후 연락이 왔다.

'레퍼런스 체크 끝났어. 내가 추천 잘해줬어. 파이팅!'
KH

'얘네는 무슨 저녁시간에 미팅을 하자고 하냐?'
'얘네는 무슨 내 학벌까지 묻냐?'
'얘네가 화상으로 30분이나 미팅을 한다고 해서 거절했어. 뭐 이러냐?'
'얘네한테 메일 답장하면서 숨은 참조에 너 넣었어. 잘했지?'
'얘네가 개인정보를 더 요구하면 거절할 거야. 난 그럴 권리 있지 않니?'
'얘네가 임상 말고 인허가 관련해서 물어보면 어떡하냐? 너 나랑 그 일은 안 했잖아.'

이런 식으로 나에게 하루에 두세 번씩 전화가 왔다. 시시각각으로 나에게 진행상황을 보고해 주시는 게 재밌기도 하고 덕분에 더 긴장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두 분 다 좋은 평판을 말씀해 주셔서 최종합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세 번이나 면접을 봤으면 뽑은 본인들의 안목을 믿어야지, 레퍼런스 체크를 30분이나 하면서 꼬치꼬치 나에 대해 묻고, 나의 이전 상사들의 경력과 학벌까지 묻는 것은 나로서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주관이 많이 개입되며, 친한 상사를 섭외해 말을 맞추면 얼마든지 거짓말도 할 수 있다. 이게 정말 필요한 절차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레퍼런스 체크와 연봉협상까지 잘 마치게 되었고, 드디어 재택근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쉽기도 했고, 생각보다 어렵기도 했던 과정이었다. 일단은 너무너무 신났다! 깔깔깔


야호! 주말부부 끝이다!



재택근무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예정하고 있어요*^^* 0과 5로 끝나는 날짜에 연재해요.

1장. 재택근무를 원하게 된 이유
2장. 비 IT업계, 3년 차 직장인의 재택 도전기
3장. 재택근무의 실상 ⇒ 다음편부터 요기!
4장. 디지털 노마드의 삶





이전 05화 재택근무 시켜줄 회사 찾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