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증명
나이가 먹어 갈수록 거울을 자주 보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거울 앞에 선다. 점점 깊게 패어가는 주름, 처진 눈가, 피부 위로 얹힌 세월의 흔적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얼굴은 더 이상 과거의 젊음을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나는 알기에, 이 얼굴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를. 이 얼굴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고, 나의 삶을 증명하는 가장 진실된 초상화다.
젊은 날의 얼굴은 마치 깨끗한 캔버스 같았다. 아무런 흠도 없고, 맑고 투명한 빛깔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캔버스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필요하듯, 얼굴도 살아온 이야기가 새겨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을 갖춘다.
지금 내 얼굴은 그동안의 시간과 경험, 그리고 감정들이 붓질되어 완성된 작품이다. 그것은 결코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고유하고 유일무이한 나만의 초상이다.
주름은 단순히 세월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피하지 않고 맞섰던 고통과 고민, 그리고 그 속에서 얻게 된 배움의 흔적이다. 눈가에 자리한 선명한 주름은 기쁨과 웃음으로 가득했던 순간들의 자국이다.
피부 위의 얼룩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열정의 증거다. 이 모든 흔적은 내가 살아냈음을, 끝까지 버텼음을 말해준다.
어떤 이들은 젊음을 유지하려 애쓰고, 주름을 없애려 노력한다. 하지만 나는 주름 없는 얼굴보다 내 삶의 흔적이 담긴 얼굴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다.
내 얼굴에는 내가 걸어온 길이, 내가 겪어온 시간들이,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이뤄온 모든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비록 나의 얼굴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나는 결코 부끄럽지 않다. 내 얼굴은 내가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던 삶의 증언이다. 그것은 내가 울고 웃으며 살아온 증거이고,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걸어온 기록이다.
이 얼굴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자랑스럽게 여길 이유가 여기 있다. 세월이 빚어낸 이 작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걸작이다.
앞으로도 내 얼굴 위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새겨질 것이다. 더 많은 경험과 도전, 그리고 사랑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 얼굴은 더 깊고 다채로운 빛깔로 변화하겠지만, 그 변화는 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그 모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또 다른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우리의 피부 위에 주름을 새기지만, 그 주름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지도가 된다.” 마크 트웨인
그러니 당신의 얼굴에 새겨진 시간을 사랑하라. 그것은 당신이 얼마나 용감하게 살아왔는지를,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빛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