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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솔직한 거울, 아내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용기

by 서담



어느 성공한 기업가가 말한 적이 있다. 자신에게 충고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그를 나무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성공한 이후엔 주변에서 그를 조심스레 대했고, 아무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에게는 다행히 그런 존재가 있다. 바로 내 아내다.


아내는 나에게 있어 가장 솔직한 거울 같은 사람이다. 업무적으로든, 삶의 방식이든, 내가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한 방향으로만 달려갈 때, 가감 없이 조언을 해준다. 나는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몰입하고 완벽을 기하는 경우들이 많다.


목표가 생기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몸과 마음은 잠시 뒤로 미루고 오직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단호하면서도 애정 어린 말로 내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자기야,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쉬는 것도 일만큼 중요해."

"괜찮아, 이번 일이 꽤 중요해서 끝나면 쉬지 뭐."

"그런 말을 벌써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어. 몸이 상하면 그땐 후회해도 늦어."


그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사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것을 내게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쉽게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었다. 아내는 내가 스스로에게조차 합리화하려는 부분까지도 정확히 짚어낸다.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무심코 나를 바라봤다. 불과 얼마 전까지 괜찮았던 배가 살짝 나온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바쁜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자기, 요즘 운동 게을리하는 거 아냐?"

"나름 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고, 안 하니까 시간이 없는 거야. 운동하면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걸?"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는 언제나 일의 우선순위를 가장 먼저 두었지만, 정작 내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그것을 지속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끔 잊곤 한다. 아내는 그런 나를 위해 늘 거울이 되어주었다.


아내는 칭찬할 때는 아낌없이 해주지만, 부족한 부분은 가차 없이 짚어준다. 많은 사람들은 나를 성공적이라,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 말하지만, 아내는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직시하게 해 준다. 가끔은 아내의 충고가 따끔하게 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따끔함이야말로 내가 더욱 단단해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나는 성공한 기업가들이 말하는 그 ‘충고해 주는 사람이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나은 축복을 받았다.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나의 부족함을 말해주고, 때로는 엄격하게 다잡아주는 아내가 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자기 덕분에 내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바로 서는 것 같아."

아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난 당신 편이니까. 그리고 당신이 더 멋진 사람이 되면 나도 좋은 거잖아."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랑이란 서로를 무조건 감싸주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진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을.


"진정한 사랑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때로는 가장 아픈 말을 건넬 용기에서 비롯된다. 나를 가장 아끼는 사람은, 나의 부족함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진실한 조언이야말로 나를 더욱 성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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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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