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법
삶은 때때로 혼자 떠나는 여행과 닮아 있다. 같이 걷는 길도 있지만, 결국엔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혼자의 길을 걷게 되곤 한다. 매일 같은 길을 함께 걷고 있지만,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나 혼자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아내와 나는 하루 중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씩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일들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는 관계와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어지곤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며 아내가 말했다.
“요즘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분명 좋은 마음으로 만났는데, 돌아서고 나면 왜 이리 지치고 힘들까? 사람을 만난다는 게 더 이상 기쁨이나 행복의 에너지만 주는 게 아닌 것 같아.”
나는 아내의 눈빛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아꼈다. 아내의 생각은 곧 나의 고민이기도 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진심을 다해 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늘 주고받는 감정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느라 마음은 오히려 지쳐갔다.
"맞아. 나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해.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관계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럴수록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요즘 난 혼자 있을 때가 좋아졌어. 예전엔 혼자 있는 게 외롭고 불안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오히려 나에게 휴식이 되더라고. 운동도 하고, 조용히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그 순간이 참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어."
어지러이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 은은히 저무는 노을이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노을은 혼자일 때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 인생의 노을 또한 홀로 마주해야만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가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돌아온 날이면, 나는 마치 비에 젖은 채 돌아온 듯 무거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때마다 내 안의 작은 목소리는 속삭였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작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면 모든 관계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라고.
삶의 깊은 고독을 마주할 때, 그 고독을 견디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은 곧 삶이 주는 귀한 깨달음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그 시간에 나는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난다. 그 순간은 마치 바다를 닮아 잔잔하면서도 깊은 위로를 준다. 혼자인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동시에 혼자인 시간에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혼자인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자. 오히려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만이 함께할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 혼자여도 충분히 행복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온전히 빛날 수 있다.
마음이 지칠 때면, 홀로 서 있는 자신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자.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가장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