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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위에 봄을 만난다

노란 개나리꽃

by 서담

잔잔하게 따스한 바람을 가르며 아내와 나는 길을 나선다. 사무실까지의 길을, 가끔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곤 한다. 아내는 봄바람을 따라나선 듯 기분 좋은 걸음걸이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길 위에 흩어지고 있었다.


"자기야. 저것 좀 봐, 벌써 개나리가 피었네. 이젠 정말 봄인가 봐."

아내는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목소리로 개나리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다. 노란빛이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은 마치 겨우내 숨죽였던 마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문득 바라본 개나리의 가냘픈 꽃잎 하나하나가 마치 우리들의 소박한 행복을 담고 있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의 손끝에는 봄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화사한 네일 아트가 봄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아내의 손끝에 피어난 꽃송이들은 우리 부부의 일상처럼 소박하지만 따뜻했고, 늘 곁에 머무는 행복을 말해주는 듯했다.



"오랜만이네. 당신하고 이렇게 걷는 시간이 정말 좋은 것 같아.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시간이 참 귀하기도 하고."

아내의 잔잔한 목소리에 순간 내 마음도 포근하게 물들었다.


나는 아내의 손을 가볍게 흔들며 답했다.

"맞아. 이런 게 바로 진짜 행복이지. 특별할 것도 없지만, 함께 걸을 수 있으니 말이야."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놓쳐버리는 일상 속 작은 순간들. 어쩌면 우리가 찾고자 했던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이렇게 곁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1시간 남짓 함께 걸으면서 나눈 대화들은 그 어떤 화려한 여행보다 더 큰 마음의 위안으로 내게 다가왔다.


문득 떠올랐다. 행복이란 우리가 찾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이었다. 함께하는 평범한 순간들이 실은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종종 시간 내서 함께 걷자. 앞으로도 계속.”

내가 작게 속삭이자 아내가 수줍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 속에서 봄의 기운이 조용히 피어났다.

길가의 개나리 꽃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우리에게 말했다.


‘행복은 늘 곁에 있었다고, 그저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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