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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함께 한다는 사실

by 서담


누군가를 아무런 기대 없이 사랑한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건 어쩌면, 그 사람이 빛날 때뿐 아니라

그늘질 때도 함께 있어주는 일,

그의 화려함 뿐 아니라 그림자까지도 품는 일

아닐까 싶다.


사랑이란 말은 흔하고, 때론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우린 그 안에 희생과 인내, 기다림과 내려놓음을

함께 넣어야 한다.


삶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말로 정의하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러나 누군가는 말한다.

“중요한 건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게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는 것이다.”


그 말 앞에서 잠시 멍하니 머물게 된다.

나는,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나는 과연 사랑하고 있는가.


언젠가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 나이 들어간다는 건

마음이 아프지만, 이렇게 같이 함께 한다는 게…

그 자체로 감사한 일 아니야?"


그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의 눈가에는 주름이 하나 더 늘었고,

손끝엔 세월의 흔적이 배어 들고 있었지만,

나는 그 순간 세상 그 무엇보다 따뜻한 사랑을

보았다.


아내는 내 삶에 있어 ‘존재’ 그 자체로 감사한 사람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아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사람답게,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누군가의 묵묵한 헌신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나의 아내'다.


아내는 늘 앞서지 않고,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내 그림자에 가리지 않으면서도

내가 넘어지려 할 때면 조용히 손을 내밀어 준다.


아내는 나에게 말한다.

"당신이 힘들면 내가 있잖아. 힘은 없지만 버텨줄게.

그러니까 서로 너무 기대지 말고, 함께 버텨가자."


나는 그 말에서 진짜 사랑이 어떤 건지 배운다.

사랑은 말보다 실천이고, 기다림이고,

함께 살아내는 일이다.

빛나는 순간뿐 아니라,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같은 숨을 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안다.

내가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다는 건

누군가의 깊은 사랑 덕분이라는 걸.

그 사랑이 무겁지 않게 내 어깨에,

그러나 따뜻하게 내 심장에 닿아 있다는 걸 말이다.


나는 매일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곁에 아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늘이 특별하다.


한 줄 생각 : 사랑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곁을 지켜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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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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