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달라졌다
살다 보면 사람은 조금씩 변한다.
익숙한 것만 고집하던 사람이 어느 날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기도 하고,
늘 조용하던 사람이 뜻밖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게 그것은 참 따뜻하고 벅찬 풍경이었다.
아내가 달라졌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정치 뉴스? 시사 이야기?
그런 건 그녀에게 아무 의미 없는 세상의 소음쯤이었다.
"아휴, 그런 건 알아서 잘하겠지~ 난 그런 거 몰라도 괜찮아."
늘 이렇게 말하며 거리를 두던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요즘 달라졌다.
뉴스를 보면 무언가 깊이 생각에 잠기고,
정치 이슈나 사회 현안에 대해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묻고,
심지어 생소한 법률 용어나 시사용어를 자연스럽게 입에 올린다.
저녁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아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자기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나는 너무 나 하나만 생각하며 살았던 거 같아."
"아이 키우고, 가족 챙기고, 그냥 내 세상은 그 안에만 있었는데…
정작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그런 건 전혀 모르고 살았던 거 같아."
나는 그런 아내의 고백이 조금은 낯설면서도 참 기특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람이 자란다는 건,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일일 테니까.
아내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광화문 한번 가보지도 못했네…
그동안 너무 용기가 없었나 봐. 그냥 조용히 내 삶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나는 그 말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내는 몰랐겠지만, 그런 마음을 품는 것만으로 이미 세상은 조금 바뀐 거라고,
그게 바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어떤 사람은 오래전부터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또 어떤 사람은 한참을 돌아와 이제야 한마디 내뱉는다.
그 속도가 다를 뿐, 결국 같은 자리에 닿으려 애쓰는 마음이
참 고맙고 아름답다.
아내를 보며 나는 또 배운다.
살아있다는 건, 배우고 바꾸고 자라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 변화의 끝은 결국 '함께 사는 세상'으로 향한다는 걸.
오늘 아내가 세상에 내민 마음 한 조각,
그게 나에게는 누구보다 큰 용기요, 배움이었다.
한 줄 생각 : 진짜 성장은, 나 하나만의 삶을 넘어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그 순간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