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을 보고 배워가는 중입니다

아내가 달라졌다

by 서담


살다 보면 사람은 조금씩 변한다.

익숙한 것만 고집하던 사람이 어느 날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기도 하고,

늘 조용하던 사람이 뜻밖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게 그것은 참 따뜻하고 벅찬 풍경이었다.


아내가 달라졌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정치 뉴스? 시사 이야기?

그런 건 그녀에게 아무 의미 없는 세상의 소음쯤이었다.

"아휴, 그런 건 알아서 잘하겠지~ 난 그런 거 몰라도 괜찮아."

늘 이렇게 말하며 거리를 두던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요즘 달라졌다.

뉴스를 보면 무언가 깊이 생각에 잠기고,

정치 이슈나 사회 현안에 대해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묻고,

심지어 생소한 법률 용어나 시사용어를 자연스럽게 입에 올린다.


저녁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아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자기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나는 너무 나 하나만 생각하며 살았던 거 같아."


"아이 키우고, 가족 챙기고, 그냥 내 세상은 그 안에만 있었는데…

정작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그런 건 전혀 모르고 살았던 거 같아."


나는 그런 아내의 고백이 조금은 낯설면서도 참 기특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람이 자란다는 건,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일일 테니까.


아내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광화문 한번 가보지도 못했네…

그동안 너무 용기가 없었나 봐. 그냥 조용히 내 삶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나는 그 말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내는 몰랐겠지만, 그런 마음을 품는 것만으로 이미 세상은 조금 바뀐 거라고,

그게 바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어떤 사람은 오래전부터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또 어떤 사람은 한참을 돌아와 이제야 한마디 내뱉는다.

그 속도가 다를 뿐, 결국 같은 자리에 닿으려 애쓰는 마음이

참 고맙고 아름답다.


아내를 보며 나는 또 배운다.

살아있다는 건, 배우고 바꾸고 자라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 변화의 끝은 결국 '함께 사는 세상'으로 향한다는 걸.


오늘 아내가 세상에 내민 마음 한 조각,

그게 나에게는 누구보다 큰 용기요, 배움이었다.


한 줄 생각 : 진짜 성장은, 나 하나만의 삶을 넘어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그 순간 시작된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22화사랑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