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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삶, 너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기적이지 않기

by 서담


이른 아침, 동네 공원의 작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공기는 아직 이슬을 머금고 있고, 나무들은 잎사귀마다 초록빛을 가득 머금은 채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가벼운 운동을 마친 나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어느새 공용 운동기구 앞에 몇 사람이 모여 있고, 그중 한 사람은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채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만의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가, 혹은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개인주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타인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나의 방식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 나 역시 그런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개인주의가 때로는 ‘이기주의’라는 이름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아니, 때로는 스스로도 그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싶다.


나는 나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제철 과일과 적당한 영양식을 챙겨 먹는다. 걷기를 좋아하고, 틈나는 대로 몸을 움직이며 건강을 지키려 애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숨이 차오를 땐 조용히 물러서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내 삶의 리듬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고 있진 않을까. 나는 언제나 그 질문을 마음속에 담는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은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며,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그 마음이 타인을 밀어내거나, 무시하거나, 무관심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기심’이라는 외투를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주 말한다. "나만 아니면 돼." 그러나 진짜 성숙한 삶은 "나도 좋고, 너도 좋으면 더 좋지"라고 말할 수 있는 데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나를 위한 선택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개인주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주말이면 동네 커피숍에서 책을 읽곤 한다. 자그마한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으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웃으며 들어오는 사람, 혼자 조용히 앉아 글을 쓰는 사람, 아이와 눈을 맞추는 부모의 눈빛까지.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나만 좋으면 되는 삶이 아니라, 함께 괜찮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나를 잘 돌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한 개인주의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공감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지키는 법을 아는 사람은 ‘너’의 경계도 자연스레 존중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나의 속도로, 나의 방식으로, 그러나 너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의 리듬을 결코 잊지 않으며.


한 줄 생각 : 나를 지키는 삶은 너를 해치지 않을 때, 비로소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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