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하루라면...
오늘이라는 이름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내일은 또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일은 언제나 우리에게 보장된 약속일까?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시작되는 하루가 너무나 익숙해져서, 우리는 그것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어제와 같은 해가 뜨고, 같은 버스 노선을 타고, 같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 모든 일상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허락받은 순간들이다.
나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만약 오늘이 정말 ‘마지막 하루’라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이렇게 조용히 쓰고 있을까? 혹은 평소처럼 핸드폰을 들고 의미 없는 화면을 스크롤하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믿음에 이토록 무심할까.
‘내일도 올 거야.’ 이 단순한 생각이 우리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무디게 만든다. 오늘을 절반쯤만 살게 하고, 감정의 진폭을 줄이며, 미루게 만든다.
“언젠가 해야지.” “조만간 만나야지.” 그 ‘언젠가’와 ‘조만간’이 결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살면서 한 번쯤은, 너무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고 없는 부재, 인사하지 못한 작별, 그날따라 괜히 무심했던 한마디. 그 모든 기억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봤더라면.”
그러나 이미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은 예행연습이 없고, 리허설이 없는 단 한 번의 본공연이다. 그렇기에 매일의 하루는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살아내야 한다.
‘오늘 안에 담는다’는 것은 거창한 일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단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건네는 일일 수도 있고, 늘 미뤄온 작은 일을 오늘만큼은 시작해 보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은, 결국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시간과 감정의 사용법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고, 누구에게 마음을 내어주는지가 곧 그 사람의 하루를 결정한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지 않더라도, 오늘의 나를 조금 더 진심으로 살아낸다면, 그건 이미 ‘새로운 하루’다.
밤이 찾아오고, 하루가 저물 때쯤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나답게 살았는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전했는가.”
“다시 오지 않을 이 하루를 후회 없이 채웠는가.”
만약 그렇다면, 내일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 그 하루는 이미 완전했으니까. 어쩌면 삶의 용기란 거창한 결단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 단지, 지금 이 순간을 미루지 않는 태도다. 사소한 말 한마디를 진심으로 전하고, 당연히 있을 것 같던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이 오늘을 ‘하루치의 기적’으로 만든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단 한 번뿐이다. 이 하루를 온전히 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용기를 가진 하루만이, 비로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래는 지금 내가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