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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이희정 Apr 27. 2019

2. 바람의 나무 '퐁낭'

2. 견딘 인생

2011. 바람의 나무 퐁낭. 100cm*100cm. 유화



제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퐁낭'(팽나무의 제주 방언)을 당산나무로 삼아 제를 지냅니다. '퐁낭'앞에 서면 구불 거리며 하늘로 올라간 나뭇가지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퐁낭'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제주 역사(4.3 사건)의 산 증인과도 같이 보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모진 바닷바람과 해풍, 설한풍을 견디어 낸 '퐁낭'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너도 모진 바람 이겨낸 한 그루의 퐁낭이 되거라" 하며 말입니다. 몇 백 년부터 천 년을 살아낸' 퐁낭'을 만나면서 강하다는 것은 가만히 있을 수 있는 힘은 아닌가 하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2017. 바람의 나무 퐁낭. 53cm*41cm. 유화



'퐁낭' 아래 '퐁낭'을 닮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녀들이 성장해서 시내와 뭍으로 떠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시골집에 홀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퐁낭'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사람'퐁낭'이라고 부릅니다. 얼굴의 주름과 손은 나무 밑둥치의 뿌리처럼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예쁠 것 하나 없지만 그분들은 아름답습니다. 마을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고독하게 지키고 있는 '퐁낭'과 다를 게 없습니다.


2012. 사라져 가는 제주 풍경. 53cm*53cm. 유화



삶의 고단함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웃고, 울기도 했습니다. 밭일을 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노부부, 목숨을 걸고 바다로 들러가는 해녀, 너무 평범해서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일상이 위대한 것이며 그 일상이 역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천국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의 허리 휘어진 제주 할망, 하르방, 바람에 가지 흩어진 노거수 '퐁낭'이 쓸쓸히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퐁낭-팽나무의 제주 방언. 할망-할머니의 제주 방언. 하르방-할아버지의 제주 방언


https://blog.naver.com/nabi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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