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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고바른 Jul 26. 2024

스며들듯 가지게 된 소망

<책과 우연들>, 김초엽

우연한 순간들이 때로는 나를
가장 기이하고 반짝이는 세상으로 데려가고는 했다.
그 우연의 순간들을 여기에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p.11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을 만난 건 23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여느 취미들과 비슷한 정도였고, 소설은 읽을 줄도 몰랐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고 이 책을 고르게 된 것도 단지 제목에 '책'이라는 글자가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글을 쓰고 나아가 글을 쓰는 사람들과 가까워져야겠다고 결심하고 문학을 배우게 되기까지는 우연의 순간들이 한몫했다. 그해 여름엔 김초엽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었고, 내 안의 불안을 이기기 위해 글을 써야만 했으며, 연말이 되어서는 운이 좋게 작가님과 만날 수 있었다. 책 이야기를 하는 작가님과 그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을 목격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는 이 틈 어딘가에 대부분 있어야겠다. 작가, 독자, 책을 만드는 사람 아니면 책방 사장님이 되어 이런 시간을 내 시간으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의 나는 독자에 속할 뿐이다. 언젠가는 소설을 쓰게 될까. 내가 만든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순간을 상상해 본다.


내가 소설을 쓴다는 것을,
언젠가 소설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물론이고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하던 시절에도,
책상 위에 올려진 작법서는
내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는 했다.
p.130


가까이하면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다. 동경하는 소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책을 통해 더 잘 쓰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세 부분(1장 세계를 확장하기, 2장 읽기로부터 이어지는 쓰기의 여정, 3장 책이 있는 일상)으로 나뉘어있는데, 그중 2장에서는 작법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작법서가 부수적으론 토템처럼 작동했는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 


세상에는 수천수만 가지의 창작법이 있고,
개인의 작업 방식에 맞는 작법서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중 나에게 특히 유용했던 책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p.131


"쓰는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독자에게도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면 기쁘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뛰어 넘어서 보기 좋게 제대로 영업당해 버렸다. 점점 소설이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김초엽 작가가 소개한 작법서들을 따라 읽다 보니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책방에서도 인터넷 서점에서도 김초엽 작가의 목록을 염두하고 장바구니에 책을 골라 넣었다. 소설가의 에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소설을 쓸 때 도움이 될 여러 가지 사전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직 나는 소설 쓰는 사람이 아니지만.


김초엽 작가에게 작법서가 토템 같은 역할이었다면 나에게는 은은한 디퓨저와 같았다. 스며들듯 가지게 된 소망은 어느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적당히 읽고 또 적당히 쓰며 소망대로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로 그렇게 스며드는 중이다.


좀 더 많은 책이 그렇게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우리 각자가 지닌 닫힌 세계에
금이 간다거나 하는 거창한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는 조금 말랑하고
유연해질 것이다.
p.234



<책 정보>

제목 - 책과 우연들

저자 - 김초엽

출판 - 열림원

카테고리 - 한국 에세이

크기 - 131*201

쪽수 - 296p

ISBN - 9791170401421

발행일 - 2022.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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