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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고바른 Jul 29. 2024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결국엔 쓰고 마는

소설가: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정확하게 시점을 짓을 수는 없지만,
목적지보다 목적지로 항해하는 그 여정이 더 중요해졌어요.
모든 '장인'이 그러하듯,
아, 저는 이 대목에서 저 자신이 예술가가 아니라
'장인(artisan)'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p.116, 마르크 레비

책이라는 취미가 생기고 난 후 생긴 버릇이 하나 있는데, 어딘가 멀리 가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책방'이라는 단어를 지도에 검색하고 마는 것이다. 책방을 방문한 모든 경험들이 대부분 좋았지만 우연히 어떤 지역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찾게 되어 들른 곳은 소득이 더 좋았다. 비슷한 이유로 이번에 들르게 된 책방은 '소리소문'이다. 그 이름처럼 소문이 무성하여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결국 발길이 닿은 그곳에서 단번에 눈길을 잡은 이 책의 제목은 <JOBS NOVELEST 소설가: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이다. 검정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깔끔한 책 표지, 내용은 8편의 인터뷰와 한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었다. 꽤 낯익은 이름들과 제목은 당장 바구니에 이 책을 넣게 만들었다. 소설가의 에세이와 인터뷰라니 이건 사야만 해. 이 책은 사실 8편의 인터뷰가 아닌 9편의 인터뷰라고 보아도 좋다. 매거진 <<B>>의 조수용 발행인과 나눈 대화가 오프닝에 실려있기 때문이다. 발행인인 그의 인터뷰 내용감탄을 했던 건 최근 독서모임 주제로 논의했던 '철학과 소설'의 관계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통찰력을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인가.)


좋은 소설가는 철학자의 몫까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철학자나 사상가가 "말하자면 이런 거야"라고
직접적이고도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소설가는 "너 잠깐 이리 와봐.
나랑 같이 어디 좀 다녀오지 않을래?
다녀와보면 알게 될 거야"라고 하며
누군가의 팔짱을 끼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어딘지 모를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가서
찬찬히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거죠.
p.11~13, opener


2020년의 인터뷰를 담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소설가는 요나스 요나손, 정세랑, 마르크 레비, 장강명, 김기창, 로셀라 포스토리노, 정지돈, 가와카미 미에코, 김연수로 각기 다른 모양의 인터뷰를 전해준다. 글 쓰는 일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사람도 있고 소설 쓰며 겪은 일에 대한 감상이나 예비 소설가에 대한 조언도 담겨있다. 어쩜 이렇게 찾던 책이 시기에 맞게 나타났을까 싶었다.


소설가는 거울이 없는 직업입니다. (...)
거울도 없고, 나침반도 없으니
그저 제가 쓰려는 걸 써야겠다는 마음이죠.
p.148, 장강명


소설가는 결국 쓰는 사람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소설가 김연수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소설가란 한 문장의 다음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이다. 앞의 문장과 어긋남이 없도록 문장을 쓰고 계속 들여다 보고 또 고치고 그렇게 지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써서 결과를 내고야 마는 그런 사람이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대략 얼마나 고된 일인지 설명하고자 함일까. 결국 쓰고 고치고 문장의 다음 문장을 알맞게 지어 넣는 사람.


소설은 무한한 경험을 통해 당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감성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일을 맡습니다.
제 생각에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감성이고,
편견과 차별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p.235, 로셀라 포스노리노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부터 놓치고 있는 것들은 많았다.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지나가는 이야기를 허투루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 정직해야 하며,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연대를 소중히 해야 한다.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만일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반대로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맞서 싸워 응축된 에너지를 통해 내 안에서 충분히 가다듬고 성숙시켜 글로 짓는 것도 필요하다. 그 과정이 어쩌면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쓰고 마는 것이다.


<책 소개>

제목 - JOBS NOVELIST 소설가: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발행인 - REFERENCE BY B 편집부

출판 - REFERENCE BY B

카테고리 - 자기능력계발

크기 - 123*170

쪽수 - 368p

ISBN - 979116036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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