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p.19
•식구들이 모두 잠자는 시간, 형광등 아래 차가운 바닥에 조심히 앉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프롤로그를 유쾌하게 읽고서 본문을 막 시작했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글이 유려하지도 감정이 넘치지도 않았는데 거친 글 사이로 마음이 묻어납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독서였다. 그 청춘도 나의 것과 다름없었을 텐데,
지나가는 글 한 줄에서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볼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면
나는 기꺼이 읽는 삶을 살겠다.
2023년 5월의 어느 날, 이서정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시를 썼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나면
그건 도무지 내가 쓴 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새로운 사람, 즉 신인이 됐다.
p19
원래 소설가는 좀 호들갑스럽다.
왜냐하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믿으니까.
(...) 소설가의 '나/주인공' 중심성을 어쩔 수 없는 직업적 습관이다.
P.67
서사적 허구에 사실적인 개연성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수용하는 관습화된 이해의 수준을 충족시키는 소설 창작의 한 방법으로, 구체적으로는 동기 부여나 세부 묘사 등의 소설적 장치를 들 수 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소설에 푹 빠진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허구가 아니다.
그게 다 핍진한 문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플롯을 짜는가가 모두 이 핍진성에 기초한다.
p.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