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의 마지막 권으로
나에게는 시리즈 중 가장 활용도가 높았다.
초고를 고칠 때야말로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한 순간이고
그럼에도 날카로운 조언에 가장 마음을 다치기 쉬운 순간이니까.
<책과 우연들>, 김초엽, p133
당신을 구원해 줄 단 하나의 것
글을 쓰다 보면 누구나 만나는 순간이 있다. 갑자기 모든 문장이 미워 보이고 적당히 배치해 두었던 아이디어는 하나같이 형편이 없다. 고쳤더니 이게 뭔 말인가 싶고 덧붙이자니 더 써 내려갈 수도 없다. 역시 난 쓰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특출 난 재능만이 구원해 줄 것처럼 군다. 괜히 머리를 쥐어뜯고 양손으로 양볼을 지그시 눌러 올린 채 눈을 감고 머릿속 우주에서 저 구멍을 메워줄 바늘을 찾기 시작한다. 그 바늘을 곧장 찾을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대부분은 찾기는커녕 큰 벽에 가로막혀 앞을 보기도 힘들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는데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그 순간 머리칼도 적당히 뽑을 수 있게 하고, 광활한 우주에서 바늘을 찾을 수 있도록 좌표들도 여러 개 던져준다. 그 좌표들을 우리는 '질문'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은 '점검리스트'라고도 하는데, 꽉 막힌 작업의 물꼬를 터뜨려주거나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한지 점검도 해준다. 예를 들면 상상력을 발휘할 때 도움이 되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p.33)
내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을 더욱 악화시킨 다음, 더더욱 나쁘게 만들 방법이 뭘까?
내 개념에서 익숙한 부분은 무엇인가? 예전에 있었던 것인가?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
배경을 아예 다르게 바꾸면 어떨까?
이러한 질문들은 인물을 풍부하게 만들고 갈등을 심화시키며 좋은, 팔리는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막히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도록 동력을 이끈다. 이 질문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세상에 아무리 많은 데이터와 정보들이 널려있건 그것들을 의미 있게 연결 짓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적당한 질문들은 그것들이 연결되어 역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련의 지식과 통찰을 관철하는 지혜로 바꾸어 준다. 그러니 질문(점검리스트)들을 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효과적인 고쳐쓰기
이 책의 특장점을 두 가지로 꼽아서 설명한다면, 첫 번째는 도움이 되는 많은 인용글과 실제 글로서 실감 나게 설명하는 생생한 예시이다. 두 번째는 어쩌면 방대해질 수 있는 질문들을 분류하여 유형별로 잘 묶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차례를 보자. 머리말, 1부 자체편집, 2부 고쳐쓰기, 에필로그와 부록으로 크게 나뉘어 있고, 1부 자체편집에는 1장부터 12장까지 인물, 플롯과 구조, 시점, 장면, 대화, 보여주기와 말해주기, 목소리와 문체, 배경과 묘사, 설명, 주제 등 여러 갈래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 질문은 16장 고쳐쓰기 최종 점검 리스트에 주제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예시)
배경과 묘사에 관한 핵심 질문(p434)
배경이 독자에게 현장감을 주는가?
배경이 '인물'처럼 작용하는가?
배경과 사람을 너무 일반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는가?
묘사는 분위기나 톤을 살리는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실제로 이 책의 감상평에는 마지막 16장 부분만을 위해 책을 구매했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잘 정리된 핵심 질문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자.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써라.
절대로 멈추지 말라. 진심이다.
p21
잔소리도 잊지 않고
저자는 재능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인가 머리말에는 '책을 읽어라'로 시작하고 자체편집과 고쳐쓰기(여기에서 말하는 고쳐쓰기는 우리 문학에서 말하는 고쳐쓰기와는 다르다. REVISE, 퇴고하기에 가깝다.)에 대한 철학을 각각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책의 내용이 워낙 생생해서 유난히 잔소리도, 참견도 많은 편집자를 옆에 두고 고쳐쓰기를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쳐쓰기를 잘하게 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344p)
더 좋은 작가가 되게 해 준다. 고쳐쓰기를 할 때마다 작법에 관해 더 많이 배우게 되고, 다음에 글을 쓰게 되면 글이 더 탄탄해질 것이다.
당신이 전문가라는 표시가 되어준다. 당신의 직업의식을 알아본 편집자들과 출판에이전트들은 당신에게 좋은 책을 펴낼 능력이 있다고 더더욱 확신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자신감을 형성해 주고 지평을 넓히도록 용기를 준다.
그 자체로 보람이 있다. 충실하고 유익하게 고쳐쓰기를 하면 하루를 마감할 때 더 편안히 쉴 수 있다. 잡초를 많이 뽑은 정원사처럼, 정원이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고쳐쓰기의 모든 이점들을 뒤로하고 꼭 필요한 활동은 꾸준히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전엔 책을 읽는 것이다. 재미없는 소설을 내는 것은 종이를 낭비하는 범죄(?)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행히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고쳐쓰기라는 활동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막 써보자. 그러고 나서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다.
<책 정보>
제목 - 소설 쓰기의 모든 것 5: 고쳐쓰기
저자 - 제임스 스콧 벨
번역 - 김율희
출판 -다른
카테고리 - 독서/글쓰기
크기 - 140*213
쪽수 - 448p
ISBN - 979115633217
발행일 - 초판 2012. 12. 07. 개정판 2018.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