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마다 나는 일종의 작은 의례를 진행했다 책상 위에 노트북을 펼치고, 공책과 펜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소설 쓰기의 모든 것> 같은 작법서를 노트북 옆에 올려두는 것이었다. <책과 우연들>, 김초엽, p.122
쓰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던 어느 날 만난 이 문장은 소설 쓰는 사람도 아닌 주제에 소설 작법서를 사게 만들었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책에 언급된 작법서와 함께 두근거리는 책을 하나 둘 그러모았다. 책이 마치 탑이 되어 쌓일수록 점점 더 소설이 쓰고 싶어 졌지만, 여전히 소설을 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우선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작가의 루틴을 따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쩌다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학교의 과제 때문이었다.3학년 전공수업인 <소설창작론> 과목의 중간 과제는 소설 쓰기였고 뜻밖에도 그 과정은 무척 재미있었다. 소설 쓰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은 기실 소설가 그들만이 이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함이아닐까.
소설을 쓰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은 다름 아닌 '소설 쓰기'라는 행동 그 자체였지만, 기왕 쓰는 소설이라면 멋지게 써보고 싶어 그동안 모은 책들을 다시 읽거나 드디어 읽기로 했다. 소설 쓸 용기는 아직 아가 눈에 생긴 눈곱만큼 하지만, (생각보다 크다.) 이 책들을 리뷰하는 글이라면 쓸 용기 만만이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참 겁 없는 생각이었다.) 이번 연재 브런치북은 그동안 모은 '소설 쓰기에 대한 책'들에 대해서 약 3주간에 걸쳐 이야기해보려 한다. 마침 무더운 여름방학이니까 여름방학 특집이라고 해둘까. 서평보다는 내용이 가볍고 책리뷰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갈 예정이니 북 에세이라고 일단 말해두겠다. 책을 살펴보느라 정작 글은 습작처럼 적어 올리게 될 테니 생각보다 짧고 엉성할 수 있다는 점도 말해두겠다.그럼에도 방심하지 마라, 이 브런치북을 읽는 당신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말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