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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Jun 06. 2023

30년 조직생활비법, 메타인지

"회사에서는 화가 안 나요"

MBTI 분류법 중 T와 F 분류 신봉자


하도 유행을 해서 다 아시겠지만, MBTI 분류는 4가지이고

I(내성) – E(외향)

N(컨셉추얼) – S(사실주의)

T(논리) – F(감성)

P(무계획)-J(계획)로 나뉜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MBTI의 분류 중에서 앞의 두 가지 I(내성)-E(외향)과 N(컨셉추얼)-S(사실주의)는 

판별 정확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내성형과 외향형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사회 생활하는 우리들은 대부분 그 중간 점이 지대에 있지 않나?

원래 내성적이었지만, 상황에 따라서 외향적인 기질을 발휘하기도 하고, 

그게 누적이 되면 다중이처럼 ‘간헐적 외향형’이 되는 경우가 많을 듯.

나 역시 그러하고.


컨셉추얼과 사실주의 역시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장인 누구라도 그 중간에 위치해 있지 않나 싶다. 

감으로만 일을 진행할 수 없고, 숫자로만 일을 진행할 수 없을 터이니,

두 개가 어느 정도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자기 MBTI 맞춰보라 하면 

요 두 가지는 좀 헷갈린다.


반면

T(논리)와 F(감성), P(무계획)와 J(계획)는

한 일주일만 같이 일해보면 쉽게 어느 쪽인지 알 수 있다.




T와 F의 조화

그중에서 재미있는 것이 T(논리)와 F(감성)다. 

T(논리) 형은 기본적으로 일에 있어서 별로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일이 잘 되건 못 되건 거기에 감성을 개입시키지 않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좋고 나쁨을 일에 그다지 연결시키지도 않는다.

그냥 일은 일일 뿐이라는 쿨한 자세.


F(감성) 형은 딱 반대다.

일이 잘 될 때, 못 될 때 그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같이 하며,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도 일에 영향을 많이 준다.

일이나 조직과 자신 간의 구분이 좀 안된다고 해야 하나.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일에 몰입하는 거니까.


사실은 일을 추진할 때 두 성향 모두가 필요한 것 같다.

새로운 일이 생겼을 때, 최대한 객관적인 평은 T에게서 듣는다.

매우 편파적이되, 최선의 혹은 최악의 전망은 F에게서 듣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F형이 막연히 감으로만 일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의 촉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단히 깊은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결코 F형의 판단이 얕고,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마침 우리 부서에는 MBTI의 T와 F가 반반씩 골고루 있다.

F끼리 서로 맞지 않으면,
회의의 결론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럴 때 T들이 활약해야 대화가 원만히 돌아간다.

그리고 보직장인 나는,, T 대마왕이다.




회사에서는 화가 나지 않는 형

물론 나도 화가 없지는 않다. 

성격도 급하고, 집에서는 신경질도 부린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다르다.

일 하나가 돌아가려면 많은 사람이 움직여서

합의하고, 확인하고, 방향이 수정되고, 

혼란스럽다가 다시 진행되는 상황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든 일은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본다.

내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의 상황적 맥락도 알기 때문에

화를 낸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절충적 대안을 잘 만들어 낼까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것을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회의실 허공 위에 떠서 전반적인 맥락을 보면서

의사 판단을 하고 대화하는 것.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내가 나라는 사람의 맥락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맥락을 중재하는 맥락에 있다 보니,

내 고집이 약하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냥 절충안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 고민하던, ‘고집 없는 마케터’의 한계도 여기에서 나온다.

세상에 역시 좋기만 한 거,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

좋게 말해서 메타인지,
나쁘게 말하면 자기 주관 부족이다.




세상은 결국 조화롭게 돌아간다

그래서인지, 나는 예전부터 다혈질 후배들이 좋았다.

자기 주관이 분명하고, 여차하면 상대방과 싸울 기세로 덤벼드는.

지금 생각해 보면 대체로 F형들이다.

물론 같이 지내기 힘든 면도 있지만,

참는 건 어차피 T인 내가 잘하니까


그래도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T와 F가 잘 섞이는 게 최고다.


메타인지는 학습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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