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관점에서 '플로우(몰입)' 이론 살펴보기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나면 어떤가?
일요일 저녁이면 왠지 허전하고, 월요일 아침이면 지난주의 피곤에 주말의 노곤함까지 더해져 더 피곤하다.
보는 동안에는 분명 재미있게 빠져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보람 있고 건강한 몰입은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에 그 시간 동안 먼 곳이 아니더라도 낯선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면 어땠을까?
지방이 아니라 하다못해 경기도의 한 동네라도 좋다. 요즘엔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문화공간을 꾸미려고 노력한다. 이곳, 과천만 해도 '추사 박물관', '아해 박물관'도 있고, '국립현대미술관'뿐 아니라 작은 '호반아트리움'이나 'K&L 뮤지엄'도 있다. 새로운 식당이나 카페를 찾는 것도 좋은 일이 된다. 어떤 식당에 가야 좋을지 고민 끝에 리뷰 점수와 상관없이 들어가서 작은 모험도 한번 해 봤다면 훨씬 더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낯선 골목을 헤매고, 미술관에서 어려운 제목의 그림을 보며 화가의 의도가 무엇이었을지 고민하고, 여러 대안 중에서 하나의 식당을 고르는 그 과정에 내가 '진짜로' 능동적으로 몰입했기 때문이다.
'진짜 몰입'은 앞서 말한 넷플릭스 시청 같은 '가짜 몰입'과는 다르다. 어떤 차이가 날까? 바로 '능동적 참여'와 '결정권'의 차이이다. 몸을 움직여 실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골목 어디로 갈지, 어떤 식당을 선택할지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그에 따라 부담을 최소화하고 만족을 높이기 위해 나만의 노하우를 발휘하며 머리를 굴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진짜로' 건강한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그냥 앉아서 드라마를 보는 경우에는 사실 능동적인 결정권이 전혀 없고, 그저 자극과 도파민만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셈이니,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했던 우리의 감각들이 결국 우리를 더 피곤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건강한 '몰입' 이론을 만든 사람이 바로 미하이 칙센미하이 교수다.
그는 '도전의 난이도'와 '개인의 기술 수준'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룰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한 몰입 상태인 '플로우(Flow)'를 경험한다는 이론을 개발했다. 도전이 너무 쉬우면 지루해지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해진다. 하지만 도전과 기술이 딱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행위에 온전히 빠져들게 된다.
어려운 업무를 마침내 해냈을 때 의외의 도파민이 쏟아지는 것도 바로 이 '몰입'의 결과물이고,
게임에 그토록 몰입하는 것도 난이도와 스킬의 절묘한 조합이 만들어낸 '플로우' 상태 때문이다. 여가를 즐길 때도 마찬가지. 너무 쉬운 일만 하면 뇌가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게 되고, 그만큼 회사에서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서의 근심과 피로가 사라지려면, 우리의 뇌도 그만큼 강도 높은 다른 영역으로의 '진짜 몰입'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