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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Jan 21. 2020

양준일과 라붐,
꿈이 현실이 되는 마법

Dreams are my Reality


 비범한 몸짓으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은 남자. 더 비범한 눈빛과 말로 모두의 마음을 훔친 남자. 
 
 긴 머리 휘날리며 무대를 압도하는 저 남자. 50대의 양준일. 
무엇이 이토록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걸까. 그는 무엇이 그토록 다른 걸까.
 
 그에 관한 방송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졌는지 궁금했다.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럴만한 이유가 너무도 충분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그는 '20대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에 담긴 뜻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그는 말했다.
 
 "그 말의 뜻은, 네가 인생에서 원하는 그것을 내려놓으면,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었어요"
 
 "너의 꿈, 그게 모든 것이 아냐. 네가 살면서, 그걸 미리 내려놓을 수 있으면, 또 다른 새로운 게 들어올 수 있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되면,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었어요"


시간을 거슬러 우리 앞에 나타난 '꿈을 실현한 소년'


 그 순간의 그 눈빛을 보았다. 정직하고 담백한 눈빛. 그런 눈빛으로 그가 전하고 있던 것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는 '비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양준일, 그는 그 순간 '도가'의 말을 하고 있었다.  

 비워내야만 채워지는 자연의 순리, 그리하여 '스스로 그러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 


 인연을 만나는 것도, 무언가를 이루는 것도, 우리 삶의 모든 것은 '그러한 이치를 따른다'는 것을 깨친 자의 담담한 언어. 그러나 모질게 깨져본 자만이 다다를 수 있는 마음.

그의 이 말에서, 그가 지금 왜 이토록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지에 대한 커다란 단서를 보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고개 숙여 본 자, 그 바닥에서 자신을 잃어본 자, 그렇게 삶을 잃어보았던 자, 그렇기에 '그 모든 나'를 내려놓고, 순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사람

그 마음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이었다.
 

 
그가 한 말은, 꿈을 간직하되 그 꿈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 꿈을 품고 있되, 그 꿈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꿈 자체가 목적이 돼버리면, 그 꿈은 이미 '순수한 꿈'이 아닌 '집착의 산물'이 돼버린다. 집착이란 무엇인가. 괴로움을 지어내는 마음이다. 그 어떤 집착도 비극을 피할 수 없다. 하물며 가장 순수한 마음 상태일 때라야 들어서는 축복인 '꿈의 실현'은 더더욱 다가올 수 없다.
 
 내려놓는 것이었다. 아무리 멋진 꿈이라도, 꿈 자체에 집착하는 순간 '잡히지 않는 모든 순간'은 괴로움이 돼버린다. 그 꿈을 반드시 이뤄야 하고 그것을 꼭 달성해야만 하며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고 그래야 안전할 수 있다는 마음은 조급증을 불러올 뿐 나아가 꿈 자체의 순수함까지 변질시키고 만다.
 

 30년 후 우리 앞에 나타난 '순한 마음'을 간직했던 소년


 우리 내면의 두려움을 '환상을 좇는 행위'로 가려서는 안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찾아야만 하며, 꿈은 꿈대로 놓아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 꿈을 당장 이루지 않아도, 그 결과물이 바로 보이지 않아도,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 자체로 행복할 수 있고 스스로의 의미를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 망망대해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얼마 전 친구와 영화 <라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첫 마음. 그 설레임. 결혼을 하고 애를 키우고 '아내로 엄마로 주부로' 살며 잃어버린 '봄 같은 마음'을 우리가 실은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학교 앞 문구점에는 소피마르소 책받침이 쫙 깔려 있었고 모든 팬시 가게에서는 영화 주제곡 <Reality>가 흘러나왔었다.
나는 그 노래를 많이 좋아했었다. 당시 노란 악보를 사다가 매일 그 노래를 피아노로 쳤고 가사를 달달 외워 따라 부르곤 하였다. 노랫말을 다시 찾아보았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랑에 빠진 그 마음, 그 순한 마음이 가리키는 것이 너무나 놀랍도록 명료한 철학을 담고 있어서. 그 맑기만 한 마음이, 얼마나 커다란 지혜와 용기를 품을 수 있는 건지에 대해 나는 화들짝 놀란 마음으로 그 아름다운 노랫말을 한참 바라보았다.

영화 '라붐' 당시 소피마르소 그리고 모두를 심쿵하게 했던 그 장면


 Dreams are my reality 꿈은 나의 현실이고   the only kind of real fantasy 단 하나의 진실한 환상이야  illusions are common thing 환상은 평범한 것이야  Dreams are my reality 꿈은 나의 현실이고  a different kind of reality 다른 종류의 현실이야  the only kind of reality 단 하나의 진정한 현실이야  I try to live in dreams 나는 꿈을 꾸듯 살아가려 해
 
 나는 이 노랫말에서 양준일의 말이 떠올랐고 장자의 나비 꿈 일화가 떠올랐다. 꿈을 품고 있되 채근하지 않는 것 그저 믿는 것, 매 순간을 미소 지으며 그 꿈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것. 이러한 마음으로 꿈을 대할 때만이, 그 꿈은 현실이 되고 단 하나의 진실한 환상으로서 현실을 바꾸게 되는 것이 아닐까.
 
 봄은 언제나 느긋하게 기다리는 이에게 온다. 꿈을 깊이 간직하되, 그 꿈을 향한 내 마음을 언제나 활짝 열어놓은 채 그저 묵묵히 꿈을 그리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깨달은 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이 사람에게 오는 것처럼, '꿈을 실현하는 주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이 어느 순간 나를 찾아와 현실 속에 펼쳐지는 것이다.
 
 꿈을 향한 순한 마음을 놓지 않는다면, 라붐의 연인들처럼 소년 양준일처럼 그 첫 마음을 훼손하지 않고 간직한다면, 그렇게 묵묵히 시간을 견딘다면, 그 꿈은 언젠가 반드시 나를 찾아온다. 
 

 그게 비록 30년이 지난 후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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