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회사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미국의 회사들도 노조와 비노조 환경으로 구분되어 있다. 사측으로 분류되는 매니저급 (대리~과장 정도의 직급) 이상이라면 노조 환경이 매우 까다롭고 번거롭다. 따라서 대기업 중에서도 노조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채용 시 Union 환경 경험이 매우 큰 가산점으로 다가온다. 노조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근무하는 산업군과 근무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노조 환경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아름답지만 내겐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곳
한국에도 자동차 노조, 금속 노조 등 산업군에 따른 분류가 있듯, 미국에서도 산업군이나 직군별 노조로 구분되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Premier Client로 불리는 주 고객사, 이를테면 구글, JP 모건, 시티그룹, 각종 미술관 및 박물관 등 고객사의 환경에 따라 노조 및 비노조 경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우 대표적인 노조 환경이다.
미술관 내에는 경비원, 청소원, 시설 점검, 티켓 판매 등 다양한 부서가 있고 시간제 Full time 및 Part time 일반 직원들의 경우 본인의 선택에 따라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우리 회사도 노조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계산원, 조리원들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단체를 구성하여 사측과 교섭 및 근무 환경을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개인의 시급도 경력이 아무리 길어도 공동 상승을 위해서 상승폭에 있어 제한이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노조의 가장 큰 장점은 고용의 안정성이다. 즉시 해고감으로 보이는 실수를 하더라도 Union Representative라고 불리는 노조 대표자의 교섭 능력과 변호에 따라 경고로 무마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만큼 노조는 직원들을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다. Warning 혹은 구두 경고 등 공식적인 경고 서류가 남는 인사 처리가 진행이 될 때에도 매니저 1인이 단독으로 진행을 할 수가 없다. 모든 공식적인 절차의 경우 해당 직원과 노조 대표자, 그리고 사측 인원 2인 (보통 매니저 + 매니저 혹은 매니저 + 디렉터) 이상이 미팅에 참석하고 진행을 하게 된다. 노조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공정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1:1 진행의 경우 직위에 따른 위압감 형성 혹은 공정성 준수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운영 구조조정에 따른 직원의 일시적 혹은 영구적 해고 시에도 반드시 이러한 미팅을 거치게 되어 있다.
또한 기회의 우선 분배에서도 노조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예를 들면 사측의 경영 필요상 신규 포지션을 배정할 때에도 외부 신규 채용보다 무조건 적으로 노조 내부에서 고용 시도가 반드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사측은 일정 기간 동안 모든 노조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해당 포지션에 대한 채용 공고를 내고 접수를 받아야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우선 채용이 원칙이다. 내부 지원자가 없는 경우에야 비로소 외부에 채용 공고를 내고 직원을 모집할 수 있다.
인건비 감축을 사유로 포지션 및 직원들의 쉬프트 감소가 이루어질 경우 매니저는 절대로 해당 포지션의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없다. 이는 해당 매니저가 그 직원의 job을 빼앗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가장 흔한 컴플레인 사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좋은 마음으로 직원들을 도우려다가 관련된 컴플레인을 노조를 통하여 받은 경험이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우리 회사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노조의 경우 Seniority라고 불리는 연차 서열에 따른 우선권이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다. 업무 능력보다 연차에 따른 대우 및 배려에 우선권을 주는 경우인데, 간혹 이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인사이동이 발생되기도 한다. 다만, 연차가 오래되어 노조 및 회사에 기여를 많이 한 직원들에 대한 배려이자 고용 안정성 보장이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의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측 입장에서는 포지션 배정이나 이동 시에 해당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차가 긴 직원들의 이동 및 선택에 따라서 나머지 인원 배정 등 피곤한 사항들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Call out이라고 불리는 결근에 대해서도 연 6회까지 급여가 지급되는 유급 병가를 지급하며, FMLA로 불리는 가족 구성원의 건강 상태나 환경에 따른 무급 휴가 사용 부분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노조가 법률적 자문을 해주기도 한다.
노조의 대표자들의 경우 우선권, 발언권, 추가 휴가 배정 등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소속 노조원 권리 보호 및 자문 역할 등 수행해야 할 여러 가지 업무가 많아지게 된다. 또한, 사측과 사소한 분쟁이 있을 시에도 대표자로 참석하여 미팅을 해야 하는 등 역할이 많아진다. 노동법 관련 법규들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그들의 추가적인 업무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보면 사실 노조는 사측의 입장에서 좋아할 부분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Union 환경이 매니저급 이상 직급의 사측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근무 환경 중 하나로 뽑히기도 한다.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Union이라는 환경이 좋은 환경이자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비교적 약자의 입장인 일반 직원들의 권익 신장과 보호라는 측면에서 발휘되는 사회적 보호 기능이 매우 긍정적이고 좋은 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가 보호해주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기도 하지만).
물론 이러한 좋은 장치를 자신의 방어막을 삼아 악용하고 근무를 불성실하게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제도에 따른 부작용은 언제나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며, 그러한 인원을 찾아서 적절한 처벌과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매니저의 역할이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장하고 그와 동시에 노조에 속한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긍정적인 환경을 유지하도록 내 역할을 다하고 있다.
존중과 배려를 기초로 한 상호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노조가 파업 및 태업으로만 대변되는 한국의 노조 환경은 아쉬운 점이 많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입장이 배려되지 않는 사측의 태도에, 사측의 입장에서는 강경하게만 맞서는 노조의 태도에 서로 불만이 많고 이러한 점이 상호 불신이나 교섭 결렬 등 극단의 사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측이나 노조나 결국 한 팀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노조 측을 쥐어짜는 사측이나, 자신들의 과대한 이익을 위해 단체 행동을 불사하는 노조 모두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며, 이는 곧 브랜드의 이미지로 직결되게 되기 때문에 적절한 의사소통과 더불어 체계의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
절대로 폭력이 하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의 노조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고 우수하다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과거 강경 노조에 따른 부작용이 있었고, 지금도 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일상적 영역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본질적으로 자신의 직업과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며 개인의 이익보다 속한 회사가 고객 및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권리에 투자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아주 조금은 더 선진적이고자 노력하고 있음이 긍정적인 부분일 뿐이다.
나도 회사 내에서 담당 고객사 변경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Union 환경 안에서 근무를 하게 될지는 모르나 가급적 많은 부분들을 배우고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공감을 이루어 노조의 불만을 가급적 만들지 않는 좋은 매니저가 되고자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미국에서의 취업 및 비슷한 환경을 겪을 것 같은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응원의 메세지와 협력 제안, 정보 교류 제안 등이 들어오게 되면서 작가로 활동하며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했던 목표를 조금씩 달성해나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