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랑벽의 끝, 결혼 (19)

'독일에 왔다. 그대를 관찰하러.'

by 한나Kim

베트남과 라오스를 신나게 여행한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날아왔다. 요하네스가 내 미래의 남편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헤어져야 하는지 알기 위해 말이다. 그가 좋은 사람인 것은 알았다. 그래도 더 강한 확신이 필요했다.


나의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의심으로, 이번 인연 또한 놓친다고 해도, 그래서 다시 후회하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의 관찰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인생의 한 번뿐인 좋은 인연을 만드는데 말이지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만나면 무조건 결혼을 생각하는 나 같은 인간에게 이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철벽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당신을 본 그 순간 결혼을 생각하고, 태어날 자식도 생각하고, 또 마지막으로 이혼도 생각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우습게 보이는 태도일지 모르나, 단 한 명의 제대로 된 인연을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이 같은 부류에게는, 이와 같은 관찰이 정말 필요하단 사실을 꼭 알길 바란다. 또한 그녀는 당신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마음을 완벽하게 열기 전까지, 그를 향한 의심과 불안감이 그녀를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런 내가 참 싫었다ㅜ 다음 생에는 한없이 가벼운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가슴은 컸으면 좋겠다.


...


그때 당시, 프랑크푸르트에는 나의 절친, 장양이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 초3 때의 단짝이었고, 우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베프이다. 요하네스가 내가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 그녀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서프라이즈로 공항에 나를 마중 나왔더랬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염치없는 녀석이 아닐 수 없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베프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를 마중 나가는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고 싶으니 너희 집에서 하루 재워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다. 친구가 싫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아닌가. 근데 이게 바로 독일식 문화라고 수 있다. 부탁을 해도 상대방이 싫으면 바로 거절을 하는 그들이니,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부담 없이 편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사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움.


베트남, 라오스를 여행 후, 떡진 머리와 기름이 잔뜩 긴 얼굴로 아무 생각 없이 게이트 밖으로 나온 나는, 꽃 한 송이를 들고 방긋방긋 웃고 있는 요하네스를 마주했다.


'피곤해 죽겠는데 굳이 이렇게 해야 했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혼자 싱글벙글 아주 신이 난 그에게 차마 그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장양이가 나에게 넌지시 얘기를 했다.


"내가 어제 요하네스를 딱 처음 봤을 때, 너의 얼굴이 보이더라. 그의 얼굴에 네가 있어. 왠지 너의 짝일 것 같은 느낌이야."


촉이 상당히 좋은 그녀가 그에 대해서 말한 첫마디였다.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친구이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데 뭔가 안심이 됐다. 그래. 장양의 촉이라면 99프로는 맞을 거야 하고.


...


먼저, 그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 도시에 갔다. 그가 4년을 넘게 생활한 곳에서 그의 친구들과 하우스 메이트들을 만났고, 그가 매일 가는 불교센터에 가서 그의 친구들도 만났다. 또 그가 좋아하는 레바논 음식점에도, 그가 봉사를 했던 공정무역 가게에도 갔다. 다행히 내가 만난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진실되고, 주관이 있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우유상종이라 하지 않는가. 친구들을 보니 일단 합격이다.


후, 그의 부모님 댁에 갔다. 그는 한국으로 따지자면 자연이 살아있는, 독일의 강원도라 불리는 Mecklenburg의 출신이다. 그 지역에서도 200여 개의 호수로 유명한 시골 마을에 그의 집이 있었다. 동화 같은 마을에, 동화 같은 집에서 그의 부모님과 남매들이 나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부모님과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분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가족도, 집안 분위기도 모두 합격!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바로 그의 13명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3박 4일간의 카약 투어'다. 크고 작은 많은 호수로 둘러싸여 있는 그의 고향은 캠핑과 카약투어로 아주 유명하다. 그래서 매년 요하네스의 친구들이 그의 집에서 하루를 자고, 카약투어를 함께 한다고 했다. 이번에 나도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게 잘 굴러갔으니, 카약 투어도 엄청 즐거울 거라 생각했던 나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들이 생겼다. 나의 분노를 일으키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부글부글하다.


너는 건들지 말아야 하는 것을 건드렸어. 자발적 모태솔로라고 들어는 봤는가? 의심이 중국 상인보다 100배는 더 많다는 철벽녀를 들어는 봤는가! 내가 자기 구역으로 왔다고 함부로 대하는 것인지, 아님 강한 독일녀들 사이에 있는 내가 우습게 보였던 것인지. 그는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다못해 패대기를 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총체적 난국이었던 그 상황은 다음 회에 적도록 하겠다.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다, 후..



어쨌든 I'll be back soon.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8화방랑벽의 끝, 결혼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