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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ug 22. 2022

내가 알 수 없는 것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는대로 두고


살다보면 가끔 만난다. 싸운 것도, 어떤 트러블이나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불편한 사람.

예전 몇몇 모임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 은근히 나를 배제하는 느낌을 받는 때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과 사람 관계 안에서 미묘하게 흐르는 어떤 부정적인 감정의 결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힘들었다. 그때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책망하는 일이었다.

'내게 무슨 문제가 있나, 내가 저 사람이 싫어할만한 밉상짓을 했나, 왜 나는 이따금씩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못되나'

이유를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나로선 알 수 없었다. 내가 말수가 많지 않아서, 먼저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듣기 좋은 말을 해주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툭 터놓고 얘기할 사이도 아니기에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생각을 해보면 그냥 그 사람과 내가 딱히 맞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일 뿐이었다, 그게 내가 내린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결론이었다.

오랜만에 애정하는 유튜버님의 옛 영상을 찾아보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던 그유튜버님이 한 지인에게 "누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힘들어요"라며 고민을 얘기했더니 그 지인께서 이렇게 말해주셨다한다. "그건 그 사람 문제 같은데요~"라고. 그 사람 내면에 어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기에 그런 방식으로 드러날 수도 있는 거라고. 이어서 덧붙인 익히 들어 알면서도 새로이 다가오는 듯했던 말,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마음이 어지러웠는데 작게나마 위안이 됐다.

살면서 가끔 만나는 불편한 사람들. 왠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사람들. 정말로 그 분들이 아무 이유없이 내가 싫을 수도, 아니면 이 모든 게 내 착각일수도 있다. 알 수 없는 것에 말고, 내게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겠다. 내가 모르는 것, 내 인생을 길게 봤을 때 크게 중요하진 않을 인연에 감정과 에너지를 쏟기엔 내 하루하루가, 나의 인생은 너무 애틋하다.  




2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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