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이 소설의 프롤로그를 나눕니다.

by 이아
그 여자가 책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떠돌이가 빈집으로,
버려진 정원으로 들어서듯
책의 페이지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가 들어왔다, 문득.
그러나 그녀가 책의 주위를 배회한 지는
벌써 여러 해가 된다.

그녀는 책을 살짝 건드리곤 했다.
하지만 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들을
들춰보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낱말들을 기다리고 있는
백지상태의 페이지들을
소리 나지 않게 스르륵 넘겨보기까지 했다.
그녀의 발자국마다 잉크 맛이 솟아났다.

From.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 실비 제르맹



제가 어쩌다 만난 인생 책

실비 제르맹 작가님의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입니다.


어쩌면, 저의 그림자는 오랫동안

이렇게 울고 다니지 않았을까요?

사춘기 시절부터 40대 초반까지요.


제가 이렇게 울고 있었는지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구절은 이 책의 프롤로그입니다.


놀랐습니다.

발자국마다 잉크 맛이 솟아나는 여자

도대체 누구일까?


그 여자는 책 속으로 슬쩍 미끄러져 들어왔다.
잠자는 사람에게 꿈이 찾아와
그의 잠 속에 퍼지면서
온갖 영상들을 찍어 넣고
그의 피와 숨에
가느다란 목소리의 메아리를 섞어 놓듯이
그녀는 책갈피 속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그녀는 어디나 가지 않는 곳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면 어디든 끼어들고
나무기둥이나 다리의 교각이나 마찬가지로
벽도 쉽사리 통과한다.

그녀에게는 어떤 물질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돌도 쇠도, 나무나 강철도
그녀의 내닫는 충동을 가로막거나 붙잡지 못한다.
어느 물질이나 그녀에게는 흐르는 물과 다름없다.




프롤로그를 읽고

반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글은 소설이지만

서사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운문과 같은 소설

이런 소설이 가능하구나!


황정은 작가님의

'파씨의 입문'을

읽었을 때의 기묘한 느낌과도

닿아있는 듯 아닌 듯 한


그러나

실비 제르맹 님의 이야기는

더욱 신비롭고, 몽환적이며

역사적이라서 광활합니다.


이 소설을 단숨에 읽고

바로 필사에 들어갔습니다.


소망을 품었더랬습니다.

저도 이런 운문 같은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언젠가는 가능하겠지요.


#실비 제르맹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황정은

#파씨의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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