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프롤로그를 나눕니다.
그 여자가 책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떠돌이가 빈집으로,
버려진 정원으로 들어서듯
책의 페이지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가 들어왔다, 문득.
그러나 그녀가 책의 주위를 배회한 지는
벌써 여러 해가 된다.
그녀는 책을 살짝 건드리곤 했다.
하지만 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들을
들춰보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낱말들을 기다리고 있는
백지상태의 페이지들을
소리 나지 않게 스르륵 넘겨보기까지 했다.
그녀의 발자국마다 잉크 맛이 솟아났다.
From.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 실비 제르맹
그 여자는 책 속으로 슬쩍 미끄러져 들어왔다.
잠자는 사람에게 꿈이 찾아와
그의 잠 속에 퍼지면서
온갖 영상들을 찍어 넣고
그의 피와 숨에
가느다란 목소리의 메아리를 섞어 놓듯이
그녀는 책갈피 속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그녀는 어디나 가지 않는 곳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면 어디든 끼어들고
나무기둥이나 다리의 교각이나 마찬가지로
벽도 쉽사리 통과한다.
그녀에게는 어떤 물질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돌도 쇠도, 나무나 강철도
그녀의 내닫는 충동을 가로막거나 붙잡지 못한다.
어느 물질이나 그녀에게는 흐르는 물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