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밖에 없을 때, 그렇게 간절해질 때

현재 상황에 머물러 견뎌내게 됩니다

by 이아
게슈탈트 치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파헤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좀 더 선명하게 알아차리고 접촉함으로써
점차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여
새롭고 창의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

From. 게슈탈트 심리치료(창조적 삶과 성장) - 김정규


저는 어린 시절 심리 상담하면, 카우치에 내담자를 눕혀 놓고, 자유 연상을 시키는 정신분석 상담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석사과정 중에는 지도 교수님이 인지치료 전문가 셔서 주로 인지 행동 치료 기법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인지 행동 치료는 잘 맞지 않는 이론이었습니다.


단지 저에게 안 맞을 뿐, 인지 행동 치료가 잘 맞는 내담자 분에게는 인지 행동 치료 쪽으로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서 세월이 조금 흐르니 인지 행동 치료 분야에서도 수용 전념 치료(ACT)가 널리 도입이 되어서 그건 참 좋았습니다.


인지 행동 치료, 수용 전념 치료, 마음 챙김 등, 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상담기법도 있지만(물론 이 기법들에서 정서도 다루긴 합니다), 저는 정서중점적으로 다루는 기법들을 좋아합니다.


정서를 다루는 다른 기법들도 많지만, 게슈탈트 이론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게슈탈트가 맞지 않는 내담자분들께는 게슈탈트 기법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김정규 선생님의 게슈탈트 심리치료(창조적 삶과 성장)는 게슈탈트 이론의 바이블과도 같은 책입니다.


이 책, 강추드립니다. 읽어도 읽어도 새롭게 느껴지는 게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알아차림이란, 불교에서의 알아차림과도 일맥상통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선명하게 알아차리고 접촉함으로써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여 새롭고 창의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니, 정말 읽을수록 오묘하고 가슴 떨리네요.


자기 지지가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이든
궁극적인 해결책은
항상
개체가 처한 현재 상황에 머물러
견뎌 내는 체험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From. 게슈탈트 심리치료(창조적 삶과 성장) - 김정규


자기을 지지한다는 의미인 자기 지지! 궁극적인 해결책이 전략이나 발상의 전환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개체가 처한 현재 상황에 머물러, stay! 견뎌 내는 체험에서 생겨난다는 이 문장이 저로 하여금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머물러도 죽지 않는다는 경험만 하면 그다음 스텝이 좀 수월해지더라고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괴로운 현재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가상의 세계에서 떠돌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서 상황을 모면했었는데, 그 어떤 전략도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니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밖에 없을 때, 그렇게 간절해질 때 현재 상황에 머물러 견디게 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슬픔과 외로움,
두려움과 죄책감,
수치심, 분노와 우울과 같은 감정들은
모두 일시적이며, 영원하지 않다.

직면하면서 접촉하면
마침내 수용의 과정을 거치며 사라진다.
일시적인 고통이 싫어
실존적 정서들을 계속 외면하면
결국 자기는 소외되고
비실존적 삶에 빠지게 된다.


From. 게슈탈트 심리치료(창조적 삶과 성장) - 김정규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 그러니 피하지 말고 직면하면서 접촉하게 되면 받아들여지게 되어서 사라진다. 무슨 마법 같은 말이네요. 힘들고 괴로운 감정을 외면하면 자기는 소외되고 비실존적 삶에 빠지게 된다는 것은 제 경험으로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감정을 해결하거나 덮거나, 회피하거나, 외면하거나, 다른 감정으로 바꾸려는 행동은 오히려 정신적인 혼란과 기 빨림만 야기하는 것 같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그 모든 감정들이 옳다, 타당하다'에서 시작해서 그 감정을 피하지 말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침묵상태에서 집중하여 머물러 보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그 경험을 하게 되면 그 결박된 감정에서 풀려남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것이 쉽지 않기에 저도 계속 기억하고자, 적어보았습니다.


#알아차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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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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