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전물이 제거된 맑은 물이 머릿속에서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는 긴긴 시간을 꼼짝 않고 보낸다.
침전물이 제거된 맑은 물이
머릿속에서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는 헛간을 말끔히 치웠지만,
밟아 다져진 흙바닥의
이 너른 공간을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이 공간의 유일한 기능은
바로 아무 데도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용無用과 무사無償의 호사.
공허에 바쳐진 신전.
문 가까이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마그누스는 이곳에 들어오면
그 의자 등받이를 잡아
헛간 한복판이나 한쪽 벽
혹은 구석에 옮겨놓는다.
그런 다음 거기 앉아
무릎 사이에 세워둔 지팡이에
손을 올려둔 채
몇 시간이고 머무른다.
침묵을 음미하며,
벌어진 벽 판자 사이로
새어드는 빛과 그림자놀이를 즐기며,
아니면 빛줄기 속에서
선회하는 미세한 먼지나
구석진 곳에 걸린 거미줄을 관찰하면서.
들쥐 한 마리가 지나가기도 하는데,
녀석은 잽싸게 다가오다
냄새를 맡고는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달아난다.
새들도 합세해
무無의 제단에서
모험을 벌이거나
때로는 자신들의 둥지를 짓기도 한다.
헛간에서 나올 때면
그는 어김없이 의자를
문가에 도로 갖다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