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뜬금없이 메가톤이 나오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메가톤(캐러멜 맛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사러 갔는데 먹기 직전에 누가 뺏어가버렸다. 아주 어릴 때에나 가끔 메가톤을 먹었었고 찾아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꿈을 꾸고 아침에 눈을 뜨니 그렇게 메가톤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곤히 자고 있는 신랑을 깨웠다.
오빠~ 나 메가톤이 먹고 싶어.
신랑은 비몽사몽으로 '응? 메가톤?' 하더니 다시 잠들었다.
나는 옆으로 누워서 휴대폰을 켜고는, 주변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몇 군데 있었다. 가까운 곳에 하나, 걸어서 10분 거리에 하나. 가까운 곳에는 메가톤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에는 (누군가의 블로그 리뷰를 보니) 메가톤이 있다고 한다.
오빠~ 이 근처에 메가톤 파는 곳이 있대. 나 메가톤 먹고 싶어~
신랑은 끙끙대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임산부라 그런가 괜히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잠결에 신랑이 뒤에서 끌어안아오는 온기에도 서운함이 잘 없어지질 않았다. 그렇게 나도 꾸벅꾸벅 다시 졸다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신랑이 드디어 눈을 떴다.
메가톤 먹고 싶다고? 그 캐러멜 맛 나는 아이스크림?
응. 그거. 나 아주 어릴 때 먹어보고 한 번도 그거 찾아서 사 먹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너무 먹고 싶어. 은혜가 먹고 싶어 하나 봐.
신랑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나는 신랑에게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어디 어디 있고, 가까운 곳에는 메가톤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랑은 운 나쁘면 먼 여정을 다녀와야겠다고 말하며 집을 나섰다.
다행히 집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메가톤이 있었고, 신랑은 아이스크림을 한 보따리 사 왔다.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메가톤바와 신랑이 먹고 싶은 쌍쌍바 바밤바 누가바 메로나... (내가 먹고 싶은 거 네 개에 자기 먹고 싶은 거 다섯 개 사 왔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400원이라고, 진짜 싸다며, 메가톤 없는 줄 알고 슬펐는데, 잘 찾아보니 메가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그렇게 신랑 덕분에 메가톤을 세 개 먹고, 저녁에 가서 또 사 왔다. (우리는 저녁에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메뉴를 다 사진으로 찍어왔다. 나중에 뭐가 먹고 싶어 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 가게에 내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이 있는지 없는지를 찾아보기 위해서.) 아니 근데 나는 원래 엔초를 좋아하는데 임신하니 좋아하던 엔초보다 안 좋아하던 메가톤이 그렇게나 좋다니, 내 몸이고 내 식욕이지만 참으로 신기하다. 변덕스러운 입맛(?)과 자상한 신랑 덕분에 달콤했던 하루.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아가 너무 살찐다고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조금 걱정이다.)
쫀득쫀득 달콤달콤 메가톤
이 글을 읽더니 신랑이 "근데 내가 메가톤 좋아하긴 함."이란다. 우리 은혜, 아빠 입맛 정말 닮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