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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Jun 28. 2019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우리 이제부터 함께  멋진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지 않을래? 

오전 8시! 7살 짱구가 좋아하는 "요괴 메카드"의 주제곡 알람이 울리면 잠들어있는 아이를 조용히 깨운다. "좋은 꿈 꿨어? 짱구 이제 일어나자!" 


여기까지가 아침의 평화 끝이다. 어느 노래 가사의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왜 이리도 내 마음에 와 닿는지.... 짱구는 여느 날처럼 일어나자마자 장난감을 들고 놀고 싶다고 징징거리고 나는 유치원 가야 하니 빨리 치카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어르고 달래는 다소 정신없고 시끄러운 풍경으로 나의 하루를 시작한 지가 3년째다.


짱구를 유치원에 보낸 후 겨우 평화가 찾아온다. 솔직히는 에너지를 하루 중 아침에 다 쏟아붓고 탈진한 상태가 된다. 짱구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혼자 라디오를 틀면 김창완 아저씨의 편안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라디오 너머로 '그래 오늘도 짱구 등원 잘 시켰어요? 고생했어요. 음악 들으며 좀 쉬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 짱구와 정신없이 보낸 아침은 금세 잊고 '우리 짱구 유치원에서 오늘도 재미있게 놀다 왔으면 좋겠다.' 가만히 기도한다.


결혼을 하기 전엔 아니 아이를 낳기 전까지도 지금과 같은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잘 나가는 회사에서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해가며 진급도 하고 친구들에게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부러움을 샀었다.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듯했다. 


아이를 낳기 전날까지 일을 했고, 아이를 낳고도 남들보다 빨리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그렇게 일하는 걸 좋아하고 사랑했던 내가 집에 있는 아이가 보고 싶고 걱정되고 궁금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한창 어린이집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오는 바람에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지 않고 할머니에게 부탁드렸었는데 일을 하면서도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만 나니 일이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때 결심을 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지금은 괜찮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학교 다니게 되면 매일 잠자는 아이의 얼굴만 보게 될 것 같아  갑자기 겁이 났다. 그래서 지금 나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둘이서 씨름해가며 보낸 세월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5살이 되어 유치원에 가게 되었을 때 내게 몇 년 만에 찾아온 몇 시간의 자유가 얼마나 기쁘던지.... 뛸 듯이 기쁘다는 게 바로 그런 느낌일 것이다.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하루. 짱구가 유치원에 가면 커피를 한잔 끓여 내고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주어진  시간. 내 일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언제부터 하늘을 사진 찍는 습관이 생겼다. 일을 하다 문득 창밖을 내다봤을 때 푸른 하늘을 보면 내 마음도 이내 좋아진다.  

지금은 내 모든 스케줄이 짱구에게 맞춰져 있고, 때론 맘껏 떼를 쓰며 엄마를 힘들게 하지만 '베프'도 있고 '여친'도 있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고,  효도한다며 비록 10번도 안되지만 안마도 해주는 짱구를 보며 '그래. 나 참 잘하고 있어' 혼자 뿌듯하다. 이젠 '엄마 일을 해야 하는데 짱구 혼자서 할 수 있어?' 하면 이제 갓 배운 영어가 가득한 종이를 보며 아는척하며 관심을 보이다 '엄마는 영어가 그렇게 좋아?' 한마디 하곤 이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제 마음대로 안되면 '왜 엄마는 맨날 엄마 마음대로만 해'하며 고집을 부리지만 그래도 서로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우리. 매일 육아에 관한 전문가분들의 글을 읽으며 반성하고 또 결심해 보지만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날 힘들게 하는 짱구에게 엄마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잘 몰라. 그래도 우리 멋지게 잘하고 있어. 그렇지?"


내일도 한 달 후에도 오늘처럼 우린 서로가 세상에서 재일 좋다며 애정공세를 피다가도 갑자기 맘에 안 들면 떼를 쓸 것이다. 그러다  조금 더 커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다고 하겠지. 엄마한테 몇 살까지 뽀뽀해줄 거야 물으면 처음엔 20살이었다가 최근엔 10살로 줄어서 그 담부턴 묻지 않는 소심한 엄마지만 우리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우리 멋지게 해 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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