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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방 나그네 Oct 13. 2024

축하와 응원이 임산부에게 주는 힘

'열성파'가 주는 에너지

아가야,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 그 숭고함과 아름다움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단다. 누군가는 다양한 사유로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수도 있지만, 한 가정에 소중한 생명이 찾아오는 것은 분명 축하받을 만한 일이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의 결실이니까.


특히 요즘에는 결혼이 늦어지다 보니 임신도 늦어져서 임신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아. 어떤 부부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아이를 가지기도 하지. 과학의 힘을 빌려서라도 임신을 하고자 하는 그 '간절함', 엄마와 아빠는 감히 헤아리기도 어려워. 그분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길 간절히 바라.


엄마가 임신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요즘 세상에 출산이 바로 애국이지"였어. 혼인이 늦어 임신이 어렵기도 하지만, 요즘은 임신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 임신에 책임이 뒤따라오는 법이니까. 나라의 출생률도 많이 떨어져서 큰 사회적 문제도 있을 거래. 그렇기에 출산 자체만으로도 '애국'으로 평가받는 재밌는 사회가 되어버렸단다.  


임신이라는 것은 이렇듯 중요한 일이기에 엄마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어. 임신 초기 엄마는 과로로 인한 유산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에 2시간을 단축하여 근무하는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소속 부서장에게 '어쩔 수 없이' 보고를 하며 '임밍아웃'을 했어. 그런데 주변의 반응은 생각보다 너무 뜨거웠지. 곧 얼마 되지 않아 전 회사 사람이 다 알 정도였으니까.


"글쎄,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던 회사  동료 ㅇㅇ씨 있잖아요. 난 그 친구 소속 부서와 교류도 없고 그 친구한테 임신한 것 얘기한 적도 없는데 오늘 아침에 대뜸 날 보더니 달려와서 '어머 선생님 좋은 소식 있다면서요!' 이러는 거야. 정말 놀랐지 뭐예요."


놀란 토끼눈을 하고 얘기하는 엄마를 보며 아빠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어. 


"원래 사내 소문 빠르잖아. 몰래 연애해도 다 아는 사내 소식망인데 뭘. 그리고 뭐 축하해 주는 거니 좀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하하."


"음... 날 축하해 주는 것은 고마운데, 이런 상황이 적응이 안 된다고 할까요? 축하를 받아본 적이 많이 없어서요. 그리고 더군다나 아직 임신 초기잖아요. 만약 잘 못되기라도 한다면..."


"또 그런다. 아기가 듣겠어요. 임신 자체로 충분히 축하받을 자격이 있지요."


임신이라는 것은 삶을 살아가면서 몇 번 겪지 않는 큰 '사건'이고, 또 중간에 아기를 잃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엄마는 괜히 떠들썩하게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나 봐. 혹여 네가 도중에 잘 못되었을 때 주변의 안타까운 시선 또한 엄마에겐 부담으로 다가오겠지.


이러한 축하 세례를 퍼붓는 사람들 중에 '열성파'들이 있어. 엄청난 열정으로 축하와 응원, 그리고 관심을 주는 사람들이지. 주된 열성파들은 바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집의 엄마 아빠들이야.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새로운 세계로 입성한 우리들을 축하해고 반겨주었었지. 자신들이 육아하면서 사용했던 물품까지도 서슴없이 나눠주기도 했어.


"애기 태명은 뭐예요?"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너무 잘됐다!" "임산부가 먹고 싶은 건 남편한테 다 요구해야 해요!"


열성파 조직원들은 엄마의 '부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넘치는 기운을 엄마의 지친 심신에 한 껏 불어넣어 주었어. 엄마가 열성파들을 만나고 나면 늘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또 그들의 응원을 통해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기도 했단다.  


생각건대 10개월(40주)이라는 긴 마라톤과 같은 임신기간 동안 주변으로부터의 축하와 응원은 세상 모든 엄마들을 힘내게 하는 요소였던 것 같아. 엄마 역시 주변의 관심이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기색을 품고 있었지. 그리고 그러한 축하를 받고 나면 항상 집에 와서 자신의 배를 만지면서 너에게 이야기해 주었단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의 탄생을 바라는지, 그리고 또 응원하는지.


"아가야, 오늘도 많은 이모 삼촌들이 우리 아가를 응원해 줬어요. 우리 아가 좋겠네? 얼른 세상에 나와서 이모 삼촌들을 보고 '고맙습니다'라고 해야 해요. 알겠죠?"


아빠는 그런 엄마를 보며 괜스레 흐뭇해지기도 했어. 네가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지. 네가 세상에 나오려면 아직은 멀었지만,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꼈단다. 


엄마는 오늘도 집에 들어오면서 아빠한테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말했어.


"글쎄, 오늘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마치고 현기증이 심해서 택시를 타고 집에 왔는데 택시 기사님께서 너무너무 축하해 주셨어요. 감사해라."


행복하게 잠든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빠는 감사해. 그리고 잊지 않고 있어. 엄마와 아빠가 세상에 진 빚이 결코 작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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