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집 값이 떨어지지 않는 '똘똘한 한 채'소유가대한민국 부동산 투자의 핵심이라죠. 아둔한 한 채를 분양받아 자산 반토막의나락을 경험한저희부부였지만,세계에서 가장 똘똘한 한 채인 에펠탑근처에도한번살아보았답니다.
한국에선 한강뷰도언감생심이었는데, 선임 주재원 집을 이어받아 무려 센강이보이는 에펠탑옆 아파트로 입성했어요!
그 '인생 역전 체험판 주택' 사용기한 3년이 종료되고, 지금은 한국의 어두운 저층 아파트로 돌아왔습니다만, 파리를 추억하며, 프랑스 대표, 인류 문화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는 세기의 건축물, 에펠탑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애펠탑 사진을 마구 던지는 포스팅입니다! R U Ready?!
파리 일타, 에펠 스캔들
파리 부자동네인 7구 샹드 막스 공원에 위치한 에펠탑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조형물이자 파리 관광명소 부동의 1위인 곳이죠. 프랑스어로는 '라 뚜흐 에펠'이고, 별명은 '철의 숙녀 Iron Lady'입니다.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프랑스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스타프 에펠'이 만들었지요. 그는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포함, 교량이나 거대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가였어요. 에펠은 마치 방주를 만들던 노아처럼, 건설기간 내내 "흉측한 철탑으로 아름다운 파리를 망친다"는 비판과 조롱을 들으면서도 약 2년 2개월 만에 탑을 완공합니다. (이 철골 건축물의 건축비 대부분을 에펠이 충당했데요. 20년 독점 계약 조건으로에펠이 신의 한 수를 둔 것이죠. 자기 이름을 역사로 남긴 결정! 캬~~세금으로 지어 '파리 타워' 였다고 생각해 보세요. 매력 급감!)
당대 최고의 높이로 완공된 300m의 거대하고 멋진 건축물은 전 세계를 '미학적이며 공학적인 충격'에 빠뜨렸고, 200만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초대박을 터뜨립니다!3년 만에 건축비를 뽑았고, 에펠탑은 해체되지 않고 프랑스를 상징하는 위대한 건축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유의 여신상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펠탑까지, Mr. 에펠은 '상징적인 기념물 건축의끝판왕'이네요.
에펠은 조명빨
매일 보고 다시 봐도 늘 멋진 에펠탑. 파란 하늘, 하얀 구름, 푸른 센강과 어우러진 맑은 날의 에펠탑엔 탄성이 터지지요. 어둠이 깔리고 조명이 켜지면, 에펠은 낮과는 다른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매력을 뿜어내는데요, 밤에 센 강 유람선을 타고 골든 에펠을 지날 때, 관광객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들처럼 조명받은 에펠의 아름다움에 유포리아를 느낍니다. 매시 정각 약 5분간 온 탑이 반짝반짝거려요. (전 에펠 튀김 타임이라 부릅니다.^^) 자정이 지나면 화이트 에펠로 바뀌고, 새벽 1시 소등이었는데, 2022년부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자정에 에펠의 조명을 끕니다.
에펠탑 기본 컬러는 역시 골드! 밤하늘의 금빛 에펠은 환상적입니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땐 맞춰서 루미나리애를 해 주는데요, 2019년 BTS의 파리 콘서트가 있던 날엔 퍼플 애펠, 2021년엔 프랑스가 유럽 연합 의장국 된 기념으로 무려 한 달간 블루 에펠(유럽 연합 상징)이었고, 매년 10월이면 핑크 에펠이 되어 유방암 발견과 치료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답니다.
유럽 연합의 상징으로 장식된 블루 에펠 (2021)
에펠이 있는 풍경
에펠탑은 파리 7구와 15구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파리 최고층 건물이라 어디에서나 에펠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에펠 전망이 나오는 아파트나 주택은 말 그대로 엄청난 "피"가붙지요. 에펠 1cm에 월세 100유로 추가라는 농담도 있으니까요.(^^);
셋째 아이의 친한 친구가 7구에 살아서 자주 놀러 갔었어요. 처음 그 집에 들어섰을 때, '창문에 방범창이 있나?'싶었는데, 에펠이 정면에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더라고요!밤에는 에펠 조명때문에 암막 커튼이 필수라고 하니 에펠탑 직관뷰도 단점이 있더군요.
동네 송전탑이 거실 시야를 가리네.... 그것은 에펠탑!
에펠에 빨레도 널 수 있겠다 싶은 가까운 거리
그래도 에펠탑이 조금 멀리서 보이는 뷰가 더 나은 것 같네요. ^^
뭐니 뭐니 해도 에펠탑뷰 집이 최고로 격상하는 날은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가 있는 7월 14일입니다. 루미나리애 세계 최정상급 장인들인 프랑스인들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쉴 새 없이 터뜨리는 폭죽들은 '저세상 불꽃놀이'라 볼 수 있어요.
살다 살다 이렇게 화려하고 이쁜 불꽃놀이는 처음이다싶은데,찬란한 불꽃과 어우러진 다채로운 루미나리애로 빛나는 주인공 에펠이 우뚝 서 있기 때문입니다.(새해 첫날 개선문 불꽃놀이도 장대하답니다. 불꽃 감동의 핵심은 역시 배경에 우뚝 솟은 멋진 건축물!)
샹드막스 공원이 디즈니 랜드로 빙의하는 순간
합성 사진 같죠? 화려함의 극치인 로코코 양식 불꽃놀이라며...
엄마가 된 에펠- 에펠라를 낳다!
올해 4월 1일, 만우절 아침이 밝아왔을 때, 샹드 막스 공원을 지나던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에펠탑의 1/10 크기인 베이비 에펠탑 '에펠라'가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에펠탑이 아기를 낳는 꿈을 꾸었다는 한 아티스트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에펠라 깜짝 프로젝트. 1년간 제작해서 하루 만에 조립해 세워져 열흘간 에펠탑 옆에서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큰 기쁨과 웃음을 주었답니다. 늘 지나가는 길이라 저도 잠시 가까이 걸어가 사진을 찍었는데요, 에펠라 앞에는 출생증명서가 붙어있고, 아기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요. ^^
개인적으로, 예술가들의 '담대한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는 파리가 멋지다 생각했어요. 건물의 뼈대만 한번 높이 올려보겠다는 에펠의 아이디어를 채택했던 120년 전의 파리시는, 2021년에 개선문 전체를 포장하겠다는 예술가의 시도도, 2023년 에펠탑의 숨겨진 자식을 만우절에 공개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수용! 그렇게 예술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파리라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가되었나 봅니다.
에펠의 딸 에펠라가 태어났던 올해 봄 ^^
에펠탑정상에서 본 파리
파리에 와서 난생처음 직접 에펠을 보았을 때, 저는 연예인을 본 느낌... 아니, 역사적인 위인을 마주한 느낌이었어요. 거의 "소녀, 에펠님을 알현하옵니다!" 이런 감격이었지요.
평생을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보아오다가 눈으로 직접 보는 순간 "나 진짜 파리에 왔구나!"를 실감하게 됩니다.
파리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에펠을 처음 딱 본 그 순간의 느낌
인생태클이 들어와 속상해도 눈 앞에 에펠 보면 맘이 풀리던 마성의 매력
매일 지나가면서 에펠을 보았지만, 언제든 갈 수 있기에, 늘 미루기만 하다가, 2년 만에 친구와 에펠탑에 올랐습니다.
에펠탑의 2층 전망대는 걸어서 올라갈 수 있고, 탑층 전망대까지 가려면 길고 긴 엘리베이터 줄을 서야 하지요. 매년 1월엔 보수로 정상은 폐쇄되고, 정상까지 가는 엘리베이터 운행은 2월 첫 주에 재개됩니다. 이왕이면 탑층까지는 가보는 것이 좋아요. 에펠탑 꼭대기에서 서면, 파리의 놀라운 아름다움과 조우하게 되거든요.
에펠에서 내려다보는 센강
에펠의 그림자가 보이시죠? 장방형으로 아름다운 파리
전망대에서 보는 파리가 어찌나 멋지고 이쁘던지 와~~! 하는 탄성이 터졌어요. 파리가 이렇게 정리되고 깨끗하게 설계된 곳이었구나! 방사형으로 뻗은 길들 과 구획에서 소름!
오늘날의 정돈된 파리를 만든 건 바로 19세기 나폴레옹 3세 시절, 17년간 파리를 다스린 '유젠 오스만' 파리 시장입니다. 하수시설이 없어서 거리에 오물과 악취가 진동하던 파리를 도로 및 보행로 건설, 건물 구조 및 배치 통일, 배수 및 하수 처리시설 건설, 문화 예술 시설 건축 등의 대대적인 도시 재설계를 통해 오늘날의 아름다운 파리로 바꾸어 놓았어요.
그때 얼마나 멋지고 효율적으로 도시 기본 구조를 설계해 놓았던지 지금까지 그 구조는 바뀌지 않았어요. 파리에 그 시절 동일한 높이, 색상, 재질로 전체적인 도시와 조화롭게 지어진 6층 아파트들을 지금도 '오스만 빌딩'이라 부릅니다.
에펠 정상에서 오스만 시장이 파리 백년지대계로 후손에게 남겨 준 위대한 유산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저는 깨달았지요, 훌륭한 지도자/행정가를 만나는 것은 한 나라 대대손손 크나큰 복이구나! 오스만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 에펠이 화룡점정! 완벽하게설계된 조화롭고 아름다운 도시에,
에펠탑 같은 글로벌 원 탑 건축물을 갖고 있는 프랑스는 정말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요~~
에펠의 속살. 표 구매 없이 에펠 밑까지 갈 수 있어요.
내 생의 에펠탑
에펠탑을 세울 때 흉물스럽다고 크게 반대했던 시민들은, 그 철탑이 도시와 나라를 대표할 빛나는 상징,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프랑스의 원 탑이 될 줄은 몰랐었죠.
이 풍경에서 에펠탑이 없었다면? 에펠 없는 파리는 상상이 안 되죠.
에펠탑처럼, 모든 것을 이기고 남음이 있는 빛나는 한 가지, 사실 우리 삶에 그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소중한 하나가 삶의 모든 것이 되기도 하고, 때론 한 순간이 한 생을 대신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무엇이 훗날 내 생의 찬란함으로 남을지 지금은 모르는 것입니다.
내세울 것 없는 구차함과, 말할 수 없는 고단함으로 점철된 일상을 수년 째 살고 있는 중년이지만, 전꿈을 포기한 적 없어요. 그 하나로 넘치도록 충분한 내 생의 빛나는 에펠탑을 쌓아 올리고 있는 중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