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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신인 웹소설 작가지망생이 대형 출판사 컨택받은 썰!

by 다롬

나는야 작가지망생.



출간 도서가 하나 있긴 하지만 나는 나를 절대 '작가'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 기준은 '벌이'였다. 글을 아무리 쓰고 또 써도 돈은 남편이 다 벌고 있고 나는 마땅한 수입이 없었으니. 기껏해야 용돈벌이 수준일까. 그것도 나 혼자 쓸 수 있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용돈.







"다희.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때?"



어느 밤산책에서 남편이 제안한 후, 나는 고민을 하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에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너무 재밌었다. 그게 거진 8개월 전이었다.



그 후로 나는 '공모전'을 기준으로 삶을 살았다. 소설에만 접근하다 어느날 갑자기 '시나리오 공모전'을 발견해서는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무료 대본을 보며 독학을 하고, 짧은 대본(단막극)과 시나리오(영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에 '미니시리즈 공모전'을 발견했고, 8부작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과연 드라마는 달랐다. 일단, 시놉시스만 20매 이상···20매, 20매라니. 웬만한 단편 소설 한 편보다 많은 양이었다. 글을 쓰다 거의 죽음을 경험했다.



나는 그렇게 약 8개월 동안 100만자 이상을 쓰며 소설, 대본, 시나리오, 에세이 등등 과연 글쓰는 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했다.



하지만, 뭐 되는 건 없었다.



공모전 당선 등 기적과도 같은 일은 당연히 없었고(지금보면 왜 그런지는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어떠한 의미있는 연락이나 문의도 오지 않았다. 공모전에만 내고 어디 공개하지도 않는 것이라 무슨 반응도 볼 수 없었고, 묵묵히 혼자 벽을 보고 썼다.





즐거워. 글을 쓰는 건 분명 즐거운데···.

왠지 세상에 버림받은 느낌이랄까···?



누가 내 글 좀 봐줘···.

나 좀 알아줘. 꺼이꺼이.


나 준비됐어. 처음 쓴 건 정말 아니지만,

지금은 얼추 괜찮게 쓰는 것 같다고 흑흑!



하지만 소설이나 대본을 어디에 내보이겠나.

그저 공모전에 넣고 기다리는 것만이 방법이었다.





슬프고 지치지만, 내 사전에 포기는 없다.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는 나날들.



그렇게 공모전에 죽고 살던 어느 날,

나는 발견하게 된다. '웹소설 공모전'을.



아. 나는 글로 먹고 살기로 결심했으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봐야지. 그럼 웹소설도 당연히 시작해봐야지! 의지를 내뿜었다.



솔직히 기존의 것들만으로도 벅차긴 했지만 나는 일단 다 하고 보자는 마음이었고, 게다가 예전부터 내 마음속에서 뛰어놀던 이야기 하나가 있었는데, 그건 분명 웹소설 재질이라 이참에 그걸 진짜 써보자, 해서 시작했다.



기어코 영역을 하나 더 늘리고야 만 것이다. 잘게 쪼개던 하루의 시간을 더 잘게 쪼갰다. 이런 매일은 드디어 나의 천직을 찾았다는 기쁨과 동시에 별 이유도 없이 남편 외벌이를 시키고 있다는 그런 죄책감에 기인한 결과였다.








웹소설 공모전에 도전함과 동시에 *무연을 시작했다.

*무연=무료연재



나는 몰랐다. 웹소설 무연 전에는 최소 비축분 10개를 쌓아놓고 한다는 것을. 1화를 쓰고 바로 올렸고, 다음 날에 2화를 쓰고 또 바로 올렸다. 나중에 보니 그걸 '라이브'라고 하더이다. 그날 써서 그날 올리는,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참고로, 웹소설은 특히 연재 주기가 매일, 격일, 3일까지는 괜찮을 정도로 짧기 때문에 10화 정도의 세이브원고는 필수라 한다.



아무튼 나는, 헬투더헬 라이브로 진행하는데 사실 힘든 건 몰랐다.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난생처음 써보는 일반 소설, 대본, 시나리오 모두 다 몹시 재밌었는데 웹소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척, 정말, 너무도 재밌었다.



내가 만들어낸 세계관,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 내 글 속에서 뛰노는 장면을 더더 만들고 싶었다.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오로지 그 생각, 잠들기 직전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대사나 장면이 떠올라서 계속 휴대폰 메모장을 들락거렸다.



글쓰는 것도 재밌는데, 더 재밌는 건 '반응'이었다. 여태 한 것들은 독자가 없으니 반응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웹소설은 공개 연재라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사실상 세상에 공개하는 나의 첫 글이었다. 에세이, 여행기, 일기 같은 블로그 포스팅이 아닌 소설. 심지어 필명을 쓰니 그 아무도 나의 정체(?)를 모르고 오로지 글로만 승부하는 그런 정직한 판이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전까지 웹소설이라는 것을 읽어본 적은 쌩신인임에도 나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막 엄청 베스트는 아니긴 했다. 그래도 꾸준히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과 그분들이 예측하시는 전개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성실히 연재를 이어갔다. 웹소설 연재와 동시에 그 외 문학공모전은 당연히, 마감일 순서대로 차근차근히 완료하여 제출했다. 내게 들어올 수 있는 그 어떤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무척 열심이었다.



아아. 너무 재밌잖아···!



그렇게 난 힘든 줄도 모르고, 웹소설은 1일 *1빡 혹은 2빡,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3빡까지도 했더랬다. 비축분을 쌓으며 룰루랄라 연재를 했다. 웹소설 작가님들 카페를 매일 들락거리며 공부도 하고.

*1빡=5000자 내외 1화 완성



그러면서 딱히 웹소설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연재를 한다고 해서 뭐 되겠어? 그냥 반응 보는 재미지. 독자님들 반응만으로도 난 충분히 즐겁다, 했다. 조회수도 괜찮긴 한데 그렇게 인상적일 정도로 높지도 않고.



그런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츄르릅, 입맛을 다시며 맛깔나는 장면을 썼음에 만족을 하고, 연재처에 업로드를 깔끔하게 하고 이제 마감 다가오는 드라마 공모전을 어디 한번 시작해보려고 손을 풀 때였다. 아무 생각 없이 웹소설 계정 전용 메일함에 들어간 나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 메일이 왔다. 제목은,




안녕하세요.
oo(웹소설 필명) 작가님!
oo(출판사 이름) 입니다.



···응?



나는 안경을 고쳐쓰고, 메일을 클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심장은 잔잔했다. 메일 본문을 확인했다. 꽤 길었다. 나는 빠르게 읽어내렸다. 요즘 글을 많이 읽어서 속독이 가능했다.



그런데,





·····················응?



나는 점점 내 눈을 의심했다. 메일에는 내 웹소설에 대한 리뷰와 칭찬이 가득했다. 이게 뭐지? 연신 갸웃하며 읽어내리는데 중간 즈음에는,



작가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잠깐만, 이거 뭐야···?

이거 설마···*컨택···이야?

*출판사에서 유료연재, 단행본 출간 등의 제안을 하는 것



빠르게 스캔했던 메일을 다시, 또 다시 읽었다. 눈을 벅벅, 안경을 다시 닦고 또 한번 읽었다.




작가님의 소중한 작품을
저희 oo에서 함께 하시면...




메일을 한 10번 쯤 읽고나자 나는 점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자,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흥분감이 올라와 가방을 얼른 챙겨 카페 밖으로 뛰쳐나왔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런이런···내가···.
내가 진짜 글을 썼나···?



정신을 차리고 처음 든 생각은 이 따위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내 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간 나는, 내가 혼자 노는 줄만 알았던 거였다.



글을 많이 쓰긴 하는데, 아무에게도 못 보여주고 그래도 웹소설은 공개적이긴 한데 베스트는 아니니.게다가 웹소설은 진지함보다는 가볍게 즐긴다는 느낌이 강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런데 뭐야. 업계 전문가가 내게 말을 건다고···? 나와 함께하고 싶다고..내 작품(!)이 좋다고···!?



심지어, 메일에 있던 건 비단 작품 칭찬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필력을 칭찬해주셨다. 나는 그게 감동이었다. 한없이 나를 의심했던 숱한 나날들. 내가 글을 쓰나 똥을 쓰나 의심했던 그 숱한 나날들. 그것들이 모두 싸-악 씻겨 내려가는 개운한 느낌이랄까.



나는 이내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제안을 주신 출판사를 검색해보았다. 웹소설 세계에 들어선 지 겨우 한 달,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웹소설 카페에 검색을 했는데, 그 출판사에 대한 평은 오로지 하나였다.



자타공인 대형 출




대·····대형출·····???!!??!!



내 심장은 또다시 펄떡펄떡 날뛰기 시작했다. 요즘 컨택 거의 없다는 그 대형출···?! 대형?! 나에게 말을 건 출판사가···대형이라는 거지···? 자타공인 대형·····웹소설 작가는 다 아는 그런···!



남편과의 카톡



바로 남편에게 알렸다.



근데 또 기쁨과 별개로 배가 고파서 집으로 달려가서 된찌를 끓이며 혼자 춤을 췄다. 그 사이 남편은 전화를 했는데 난 그걸 못받았고, 나중에 보니 역시 카톡창은 난리가 나있었다.



남편과의 카톡2



나의 지난했던 날들을 아는 유일한 사람. 남편은 다시 전화까지 하며 정말 기뻐해줬다. 나보다도 더 방방 뛰어주며 출판사도 찾아보고.



그렇게 한참 난리를 친 후, 나는 경건하게 마음을 다잡고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싸랑해여!!!! 제가 지짜 열씨미 쓰겠읍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출판사사랑해

담당자님 제가 정말 이 출판사를 평생 사랑할 것이며...



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려 함부로 펄떡거리는 손가락을 진정시킨 후, 웹소설 필명으로는 처음으로 Business Mail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oo출판사 담당자님.
우선, 제 작품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 마음은 당장이라도 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애초에 웹소설을 시작하게 된 '웹소설 공모전'에 출품했던지라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당장 계약은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주 정중하고 공손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출판사에서 답장이 역시 빠르게 왔다. 당연히 이해한다고, 천천히 오래 고민해보시라고. 우리는 작가님을 기다린다는 그런 뉘앙스로 답을 주셨다. 윽. 담당자님의 다정함에 심장이 털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출판사와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았고, 나는 첫 번째 컨택 사건을 잘 마무리하였다.



이 사건이 내게 남긴 것은 두 가지였다.



1) 내 글은 똥이 아니다.
2) 이 출판사를 평생 사랑할 것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 나같은 분들이 계실까 해서다. 글을 쓰는 건 참 고독하고 외로운 길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혼자 벽을 보고 쓰고, 어디에 글을 보여주지도 '나 글을 씁니다!'라고 당당하게 말도 못하는 이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그러니 호-옥시 좀 액티브하게 글을 쓰고싶다, 이러시면 꼭 '웹소설' 한번 써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요즘 웹소설은 라떼 '서열 0순위' 등등의 손가락 발가락 다 오그라드는 인터넷소설 이런 류가 아니라 진지한 세계관 넘쳐나고, 결코 일반 문학에 뒤쳐지지 않는 문체 난리나는 그런 진지한 작품들의 향연이라 웹소설 세계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인정'이 좀 필요했나 보더라.



이 컨택 받은 날, 곧 공모전 마감인데 질질 끌었던 대본 하나 그걸 몇 시간만에 뚝딱 완성했다. 30페이지. 엄청난 도파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긴긴 외로운 과정을 단순히 '버티는' 힘이 아니고, 더 나아갈 수 있게 한 사건이었다.



현재는 그 출판사와 무사히 계약을 완료했고, 멋진 담당PD님과 리뷰본을 열심히 주고받으며 완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PD님의 날카로운 분석에 내 작품은 점점 더 탄탄해지고, 나의 마음은 든든해지고. 그렇게 웹소설은 현재 내가 도전하는 글의 많은 장르 중에서 가장 먼저 기회의 손을 내밀어 준 아주 소중한 분야가 되었다.



절망에서 나를 구해준 웹소설이다.



출판사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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