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웹소설은 처음인데요...?

소설을 작가가 직접, 연재를 한다고?

by 다롬

에세이, 여행기, 블로그만 쓰던 나는 작가지망생을 벗어나 보자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소설'과 '시나리오' 등등 쓰는 글의 범위를 넓혀갔다. 그렇게 혼자 벽을 보고 키보드만 두드리던 반년, 나는 점점 힘이 빠지고 감정의 심해에 갇히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웹소설' 공모전을 발견하게 되고, 활짝 열려있는 오픈마인드로 이 역시 '그래! 해보는 거야. 웹소설이 뭔지는 잘 몰라도 일단 해.' 정신으로 도전을 다짐했다. 수많은 웹소설 중 그나마 내가 기웃거려볼 수 있는 건 여성향, 그 중에서도약간의 '하드함'이 용인되는 어느 특정 장르.



'좋았어. 해보는 거야.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웹소설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웹소설이란 무엇인가?



공모전에 진지하게 임하기 전까지, 나는 웹소설을 써보기는커녕 읽어본 적조차 없었다. 시각적인 면이 가시적으로 두드러지는 '웹툰' 분야에서는 나름 헤비독자라 할 수 있는데 '웹소설'은 아니었다. 그래서 애초에 웹소설이 정확히 무언지도 몰랐다. 그래도 기죽지 말자. 우리에겐 인터넷이라는 큰 축복이 있으니.



검색했다.



웹소설이란,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소설. 웹사이트나 앱에서 작가들이 '직접' 올리는 '연재 형식'의 소설.



으음.



인상적으로 잡힌 건, '작가가 직접'이라는 요소1과 '연재 형식'이라는 요소2였다.



보통 그냥 소설은 단편이든 중편이든 장편이든 시작부터 끝까지 후루룩 한글 혹은 워드에 써서 완고를 만들고, 그걸 출판사에 투고하거나 공모전에 제출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일반 소설도 플랫폼에 올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소설은 작가들의 노트북에 묵혀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완전한 모습으로 짠! 알을 깨고 세상에 나타남이 대부분이니까.



'그런데 직접 올리는 연재라니? 그럼 내가 웹소설 플랫폼에 회원가입을 해서 글을 올리는 건가?'



나는 당황했다. 글을 직접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기인한 감정은 아니었다. 다소 컴맹 기질이 있긴 하지만 나름 블로그나 브런치를 오래 해왔기에 '플랫폼에 직접 연재'하는 방식은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공개성'이었다. 일기 같은 '에세이'를 공개하는 것과, 나만의 흑염룡을 그득그득 담은 비밀스러운 '소설'을 온천하에 공개한다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내 글을,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세계관과 인물들이 뛰어노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본다고···?'



아직 올리기는커녕 웹소설의 '웹'자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왠지 나는 혼자 부끄러워했다. 에세이는 그냥 내가 사는 담백한 나의 이야기라 쳐도 소설은 그게 아닐 테니까. 그러나 동시에 어떤 설렘이나 기대가 고개를 쳐들었다.



'과연 독자님들이···재밌다고 느끼실까?'



반년 동안 늘 혼자 써왔다. 독자는 오로지 단 한명, 남편밖에 없었고. 그 독자의 피드백은 꽤 날카롭다고는 해도 필히 객관성이 떨어짐이 분명한 탓에 매일 반신반의했다. 내 글이 괜찮은지, 재밌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 내보이면, 반응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여럿 웹툰의 애독자로서 다른 독자들의 반응 보는 것을 즐겨하므로 이걸 공개를 하면 호평이든 혹평이든 비판이든 비난이든 칭찬이든 욕이든 일단 뭐든 오롯한 '객관적인 눈'을 단 이들에게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아직 플랫폼 회원가입도 하기 전인데 나는 때이른 두근두근을 느끼며 들뜨고 있었다.



pexels-suzyhazelwood-1995842.jpg 출처: Pexels







정의는 이제 알겠는데, 정확하게 온몸으로 와닿지는 않아 기성 작가님들의 웹소설을 몇 편 읽어보았다. 결이 다른 몇 작품을 읽고 비교하면서 깨달은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름의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필력도, 문체도, 개연성 등등도 모두 중요하지만 웹소설은 일단 다음화를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듯 보였다. 물론 대부분의 글이 그래야하긴 하지만, 웹소설은 한 화, 한 화 잘려 있으니 더욱 그랬다. 마지막 장면에 후킹이라는 게 들어가야 한달까? 마치 일일드라마처럼.



그렇다면 매화마다 독자들이 '아이고야, 이럴수가!' 깜짝 놀라면서 끝나야 하나?



어떨 때는 끝내주는 대사로 끝내고, 또 어떨 때는 '그런데 그때,' 등을 이용해 궁금한 타이밍에 자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아, 이건 당장 다음화를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라고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게 할 만큼은 해야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웹소설의 정체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웹소설의 세계에서는 자극성, 어그로 등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얼추 느낌을 파악하고나자 나는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자극적인 걸, 쓸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써본 적 없는데···.'



그래도 해야지. 나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해 왔어. 이번에도 할 수 있어. 자극? 필요하면 넣어야지. 어그로? 필요하면 끌어야지! 형체가 흐려지려는 의지를 단단히 다잡고 나는 그렇게 생애 첫 웹소설 1화를 작성했다. 그리고 바로 올렸다. 웹소설은 매일 연재 혹은 격일, 길어야 3일 텀 연재를 해야 하기에 보통 10화 정도는 비축분을 두고 시작한다는데 그 사실을 알 리 없던 나였다.



그렇게 1화가 올라갔다. 그 순간부터 무한 새로고침에 갇혀버린 나. 조회수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댓글이 달렸다.



keyword
이전 10화절망에서 나를 구한 '웹소설'이라는 세계